헤일리 모스 "한국서 '우영우 열풍' 신기…드라마 보고싶어"

입력 2022-07-18 18:20
수정 2022-07-19 00:08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난달 말 처음 전파를 탔을 때만 해도 모두 “우영우는 100% 가상의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0.9%에서 출발한 시청률이 6회 만에 9.6%로 뛰어오르는 등 ‘우영우 열풍’이 불자 “혹시 실제 모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링’을 통해 ‘수사’에 나선 네티즌들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헤일리 모스(28·사진)를 실제 모델로 지목했다. 3세 때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은 그가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건 2019년. 당시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그를 “플로리다 최초의 자폐증이 있는 변호사”라고 소개했고, 국내 언론도 이 기사를 다뤘다. 그러니 작가가 이를 참고해 우영우를 창조해낸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추정이다.

18일 이메일로 만난 모스 변호사는 “나와 꼭 닮은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얼마나 드라마를 잘 만들었길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얘기가 열풍을 일으키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드라마를 못 봤지만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모스는 평범한 어린아이는 아니었다. 3세 때 100피스의 퍼즐을 맞추는 등 천재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울고 소리 지르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모스 변호사는 “그때는 내 감정을 전달할 (적절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는 모스 변호사의 손을 붙잡고 병원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자폐 진단을 받았다.

모스 변호사가 진단받은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의 대표적인 증상은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지적장애는 동반하지 않는다. 모스 변호사는 이 중에서도 우영우처럼 마치 사진을 찍듯이 책을 통째로 외울 수 있는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홉 살이 돼서야 나에게 자폐가 있다는 걸 알았다”며 “당시 나는 장애에 무너지기보다는 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모스 변호사는 15세 때 첫 번째 책 《자폐 스펙트럼 10대 소녀의 경험들》을 썼다. 우영우처럼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웠던 그는 이런 고민을 다른 자폐 환우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와 같은 자폐 청소년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고, 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모스 변호사는 당시의 출판 경험으로 타인과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는 말하고, 쓰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한다”며 “바로 변호사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1년간 로펌에서 국제 테러방지법 및 의료법을 담당한 뒤 지금은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모스 변호사는 “‘우영우 신드롬’이 확산돼 여성 변호사와 자폐증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