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백화점은 괜찮은데 대형마트·슈퍼는 '빨간불', 왜?

입력 2022-07-18 14:03
수정 2022-07-18 14:08

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유통업 체감 경기가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꺾이면서 또다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유통 경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84로, 전 분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2010년 이래 코로나19 충격으로 22포인트나 급락했던 2020년 2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RBSI는 지난해 2분기 103에서 3분기 106으로 상승한 뒤 4분기 99, 올해 1분기 96으로 내리 하락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99로 반등했었다.

대한상의는 "가파른 물가 및 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 여력이 축소된 데다 하반기에도 현 상황이 이어지거나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태별로 보면 편의점(103)이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이는 외식 물가가 높아지면서 가성비 좋은 도시락이나 간편 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백화점(97)은 전반적인 체감경기 하락에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층이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에 덜 민감해 '럭셔리 소비'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대형마트(97→86)와 슈퍼마켓(99→51) 등은 물가상승의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형마트는 생필품 가격 부담이 커진 중산층과 서민층이 장보기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슈퍼마켓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끼여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온라인쇼핑(96→88)도 엔데믹으로 대면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분기 연속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이 같은 환경에서 유통업체들은 대응계획으로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 강화(27.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온라인 강화(22.8%), 비용 절감(20.2%), 점포 리뉴얼(9.2%) 등 순이었다.

최근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물가상승(34.2%), 소비위축(27.0%), 인건비·금융·물류비를 비롯한 비용상승(18.8%) 등이 지목됐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