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아·태 100대 자이언트 스타트업, 중국·인도 최다…한국 6위"

입력 2022-07-18 10:00
수정 2022-07-18 10:21
이 기사는 07월 18일 10: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자이언트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하면서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 및 국제적인 창업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가 HSBC와 공동으로 조사한 '아시아태평양 이머징 자이언트 동향 및 전망(Emerging Giants in Asia Pacifi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벤처 펀딩이 급증하면서 2017년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 기업이 2022년 4월 기준 12개로 늘어났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일본, 호주, 싱가포르, 홍콩(SAR),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대만,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의 12개 주요 시장에서 최대 5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되는 6472개의 기술 중심 스타트업 기업을 조사했다. 아·태 지역의 상위 100개 성장유망 기업과 각 지역별 10개의 떠오르는 기업도 발표했다.

아·태 지역의 '자이언트 스타트업'은 중국(32.8%)과 인도(30.1%)에 가장 많았고, 일본(12.7%)과 호주(8.7%), 싱가포르(3.8%), 한국(2.4%), 홍콩(SAR)(1.2%)이 뒤따랐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및 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총 약 3%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는 농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Tridge·10위), 자율주행 교통시스템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49위),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 두산로보틱스(79위)가 아·태 지역 100대 이머징 자이언트(Emerging Giant)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태 지역의 유니콘 기업 수는 450개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전 세계 민간 벤처 기업에 투자된 6700억 달러 중 1930억 달러가 아·태 지역에 몰렸다. 이는 전년 대비 65% 급증한 수치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벤처업계로 몰린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스타트업 거점으로 떠오른 원인이 디지털 서비스 연구·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라는 분석도 나왔다. 2020년 한국의 R&D 투자는 830억 달러 규모였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6%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이 보고서는 R&D 투자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민간 기업이 충당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마켓컬리 등 플랫폼 산업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DC코믹스 등 미국 출판계와 협업 중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5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해외 기업들도 한국 스타트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여행 및 레저 플랫폼 야놀자에 17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서울을 세계 5대 창업센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4년간 1조 9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20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통해 5년 동안 13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신규 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한편 아·태 지역 스타트업 6472개의 산업을 살펴본 결과 핀테크, 생명공학,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전통적인 섹터를 넘어 기술 분야의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이머징 자이언트 기업의 25% 이상(1780개)이 블록체인 관련 범주인 대체불가토큰(NFT)과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관련 분야로 분류됐다. 블록체인 부동산과 탈중앙화 자율조직(DAO)도 상위 20개 업종에 포함되며, 이머징 자이언트 기업이 메타버스와 웹 3.0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속가능성 및 ESG 분야도 늘었다. 상위 20개 섹터에 EV 충전 인프라, 재사용 포장지, 지속 가능한 패션 등이 포함되며, 이머징 자이언트 기업의 약 15%가 지속가능성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경과학기술, 정신건강기술 등 의료 관련 분야도 4개가 포함됐다. IoT 보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스마트 도시 관련 분야가 상위 10개 분야 내에 진입했다.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와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 등 첨단 컴퓨팅 기술도 상위 20개 분야에 포함됐다.

김이동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필두로 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의지는 한국 경제에 큰 시사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향후 몇 년 동안 아·태 지역을 넘어 거대한 동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단 입(Jonathan Yip) HSBC코리아 글로벌 뱅킹 총괄은 "한국의 인재풀과 창업 생태계는 창업가에게 이상적인 환경"이라며 "이커머스, 인터액티브(interactive) 엔터테인먼트, 녹색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