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사진)에서 외국인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은 데다 안전 의식도 낮은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외국인 근로자 4명이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했다. 14일 경남 양산시 건설 현장에서 40대 네팔인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12일엔 30대 중국인 근로자가 경기 남양주시 건설 현장에서 추락한 쇠붙이에 맞아 숨을 거뒀다. 같은 날 충남 아산시 공사 현장에선 베트남 국적 30대가 작업 도중 목이 끼어 사망했고, 대우건설 인천 현장에선 50대 중국인 근로자가 쏟아져 내린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네 군데 사업장 모두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 현장의 필수 인력이 된 지 오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21만2300명으로 전체 건설업 종사 인력의 11.1%에 달한다. 한 대형 건설사 인사팀장은 “숫자를 떠나 이들이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고 말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체류자도 상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관리는 쉽지 않다. 당장 의사소통부터 문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규 외국인 인력은 왼쪽, 오른쪽도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고용 형태도 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인이 여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하나의 팀으로 꾸리면 건설사가 ‘하청’ 형식으로 쓰는 사례가 많다”며 “원청이 하청 직원을 직접 교육하면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건설사가 직접 안전 관리를 하는 데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안전 의식이 국내 근로자에 비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에 둔감한 편”이라며 “보호구 착용을 귀찮아해 마음대로 벗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국적과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없이 경영 책임자가 문책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도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최근 내놨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산업안전 관련 기관이 안전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예방 교육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