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한 인물로 의료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대학생이던 1984년 부친 휴 린튼 씨(한국명 인휴)가 교회 짓는 데 쓸 자재를 차에 싣고 집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아버지는 병원으로 이송 중 택시에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구급차는 심폐 소생술도 어렵고, 장비를 실을 공간도 없는 ‘누워가는 택시’ 수준에 불과했다. 인 소장은 “승합차를 사서 집 뒷마당에서 내부를 다 뜯어낸 뒤 의료 장비를 갖춘 앰뷸런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뒤 미국에서 응급의학 의사로 일했던 외삼촌을 한국에 초청해 국내 구조대원에게 응급 교육도 했다.
둘째 형인 스티브 린튼 유진벨재단 이사장(한국명 인세반)과 함께 북한 결핵 퇴치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29차례 북한을 방문해 그곳에서 찍은 엑스레이만 700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자체 개발한 한국형 앰뷸런스를 북한에도 보냈다. 그는 “결핵은 단기 치료가 6개월 걸리는데, 북한과 같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면 회복이 더 느리다”며 “민간 전문가를 북한에 대거 보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32년째 소장을 맡고 있는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는 주한 외국인, 의료관광을 온 관광객, 주한미군과 미군 가족 등을 대상으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외국인 대상 의료 시설 가운데 가장 크고, 외국어를 구사하는 코디네이터의 활용 언어만 7개다. 2015년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인 소장이 치료했다.
그는 “한국 의사들은 정말 손재주가 뛰어나고 병원 의료 장비도 세계 최고”라며 “한국이 앞으로 해외에서 의료 관광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 소장은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4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