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조합이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정비사업장의 80%가량이 수의계약 형태로 건설사와 시공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산된다. 시멘트 등 원자재값 상승과 주택 경기 급랭 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지자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120여 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사업장 중 시공사 입찰 때 건설사 두 곳 이상이 참여한 곳은 10%가 조금 넘는 15곳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00여 곳은 건설사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확정했다. 현행법상 시공사 입찰에 건설사 한 곳만 참여해 ‘복수 응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유찰되고, 2회 연속 유찰 때는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의계약 체결 사업장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시공사 GS건설, 공사비 6224억원) △경기 과천시 주공8·9단지 재건축(현대건설, 9830억원) △서울 서초구 방배 6구역(삼성물산, 3696억원) △서울 은평구 불광 5구역 재개발(GS건설, 6400억원) △서울 영등포구 신길 13구역(GS건설, 공사비 1723억원) △광주 광천동 재개발(현대건설, 1조7660억원) 등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수주한 10곳(컨소시엄 3곳 포함) 모두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냈다.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코오롱 리모델링(4476억원),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 이촌동 강촌 리모델링(4743억원) 등 리모델링 사업장도 대부분 경쟁 입찰 없이 시공사를 확정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담당 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로 정비사업 ‘일감’이 많아진 데다 원가율 상승 등 위험 요인이 커진 상황이어서 건설사들이 최대한 경쟁을 피하고 보수적으로 수주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