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앞둔 가운데 측근 의원그룹인 7인회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의원과 거리두기를 하는 ‘각자도생’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사진)은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7인회의 좌장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실체가 없고 해산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30년 지기’인 정 의원(4선)을 비롯해 김영진 김병욱 임종성(이상 재선) 김남국 문진석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 등으로 구성된 7인회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이 의원의 든든한 지지 그룹이었다. 불과 6개월 전인 올 1월만 해도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후보 최측근으로 분류돼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이 의원의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와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싼 논란 속에 7인회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중 일부가 이 의원의 보궐선거와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면서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한때 이 의원의 ‘복심’으로 꼽히던 김영진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친명(친이재명)계 등 63명이 서명한 ‘비상대책위원회 전당대회 룰 결정 비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당 사무총장을 맡아 이 의원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이 의원과 경기 성남에서부터 함께 활동한 김병욱 의원 역시 최근 최고위원 출마를 포기하면서 지역구 관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최근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재벌개혁 등을 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이미 친명계는 7인회 등 ‘구(舊)친명’과 처럼회로 대표되는 ‘신(新)친명’으로 분화됐다”며 “최근엔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등에 업은 신친명의 입김이 더 세졌다”고 했다.
신친명으로는 지난 대선 당시 수석대변인을 맡은 박찬대 의원을 비롯해 정청래 김병기 의원 등이 떠오르고 있다. 김용민 이수진 장경태 등 처럼회 회원들도 이 의원과 한 배를 탔다.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든 박주민 의원 역시 신친명으로 분류된다. 기존 7인회에서는 임종성 문진석 김남국 의원 등이 이 의원과 행보를 함께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원래 중도·합리적 색채가 강하던 친명계가 진보·강성 일색으로 바뀐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지도부가 강경파로 채워지면 중도층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독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