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제선 여객 수가 ‘100만 명 시대’를 회복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여전히 속이 타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와 달리 여객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LCC가 주력으로 운항하는 일본·중국 노선이 아직 정상화하지 않은 데다 항공권 가격도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LCC 여객 회복률은 한 자릿수1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이 정상화한 지난달 8일부터 이날까지의 국제선 여객 수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본 결과 대형 항공사의 여객 회복률은 23%대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 한 달간 215만여 명이던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 수는 올해 49만여 명으로 23.1%의 회복률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도 146만여 명에서 33만여 명으로 23% 정도 살아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한항공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가 10만여 명, 아시아나항공이 6만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간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 수가 125만여 명으로 100만 명을 웃돈 것도 대형 항공사의 회복세 덕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2019년과 올해 국제선을 운항 중인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LCC의 회복률은 평균 9%대에 그쳤다. 에어부산은 2019년 한 달간 40만여 명이던 국제선 여객 수가 올해 2만여 명으로, 회복률이 5%에 불과했다.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이전에는 89만여 명에 달하던 국제선 여객 수가 올해는 6만여 명으로 6.8% 회복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 재확산 추이, 항공권값이 변수LCC업계 여객 수 회복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중국 노선이 아직 정상적으로 운항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항하는 LCC 매출의 80% 이상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에서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여전히 국제선 운항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단체관광만 풀어준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잠시 열렸던 동남아 항공길이 다시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서자 이달 진행하려 했던 여행 활성화 사업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9월쯤에는 일본 자유관광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런 추세라면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항공권 가격도 변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심리가 작용해 ‘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FSC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FSC와 달리 LCC는 가격에 민감한 편이다. 1인 왕복 기준 8월 LCC 동남아 노선 항공권은 80만원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60% 비싸다. 물론 미주 노선보다는 가격 상승폭이 작은 편이지만 중저가 수요에 의존하는 LCC로선 부담이 크다.
LCC업계는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정상화 방안에 맞춰 신규 노선 취항을 빠르게 늘리고,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노선 재운항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말부터 인천~몽골 노선에 취항했다. 에어부산은 이날부터 부산~세부 노선을 재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