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앞으로는 기업 규모별로 이뤄졌던 지원 격차를 줄이고 일자리 창출 능력을 기준으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 정책에 대해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조가 많이 약했다”고도 비판했다.
이 장관은 1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새 정부 산업 정책 방향’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딱 잘라 지원 양이나 수단을 차단하면 중소기업에만 많은 지원과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며 “기업 규모에 따른 정책적 단절은 기업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 격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산업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선 민간 성장 혁신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지원이 부족했다”며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조가 많이 약했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규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2030년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0%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생산가능인구와 투자 및 생산성 증가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이 지속 하락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불확실성 확대로 대외 경제여건도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장 지향형 산업 전략을 통한 산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계속 증대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산업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한 투자 주도형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투자는 빠른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설비에 체화된 신기술 습득,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비용 극복 등 1석 4조의 효과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혁파, 투자 인센티브, 입지 개선 등 투자 활성화 3종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4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시행과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은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달 중 반도체 산업전략을 발표하고, 업종별 대책을 순차 마련하기로 했다.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전력·용수 등 인센티브를 제공,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국가산업단지로 우선 조성하는 게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이 장관은 이날 강연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파업 사태로 산업계 피해가 크다”며 “노사 당사자가 당장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는 노사 간 협상을 지켜보면서 어떤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며 “도와줄 방법이 있을지, 협상 분위기를 형성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