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은 ‘쏜 화살’이라는 뜻으로, 매우 빠른 것을 말한다. 화살의 속도는 초속 65m 정도다. 권총은 이보다 6배 빠른 초속 300~400m에 이른다. 소리의 속도인 음속(초속 340m·시속 1224㎞)과 비슷하다. M16 소총은 초속 1㎞까지 나간다.
로켓이나 미사일 등 빠른 비행체의 속도를 잴 때는 마하 단위를 사용한다. 마하 1은 음속과 동일하다. 마하 1~5는 초음속, 마하 5 이상은 극초음속이라고 부른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워낙 빨라서 궤적을 추적하기 어렵다.
발사 뒤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대기권에서 방향을 바꿔 순항미사일처럼 고도를 낮춰 비행하기에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방향도 자유자재여서 요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핵무기에 맞먹을 만큼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러시아다. 실전에도 투입했다. 올해 우크라이나를 타격한 킨잘은 마하 12를 기록했다. 마하 20의 아반가르드 미사일까지 실전에 배치했다. 마하 20은 음속의 20배로, 초속 6.8㎞, 시속 2만4480㎞에 해당한다. 총알보다 약 7배 빠르다. 중국도 마하 5 이상의 둥펑(DF)-ZF를 수백 차례 시험 발사했고, 지난해에는 핵탄두를 여러 개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마쳤다.
미국은 최근에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3일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20이다. 이로써 러시아와 중국, 미국이 신기술 경쟁을 벌이는 ‘미사일 삼국지’가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와 독일, 호주, 인도, 일본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북한도 위협적이다. 지난해 9월 시험 발사에 이어 올해 1월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을 선언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미 3대 강국을 넘볼 정도다.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2023년에야 시험 발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전쟁은 먼저 쏘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문제는 각국의 경쟁이 오판이나 선제·보복 공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 때문에 격추하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오판으로 발사되면 이를 방어하는 국가가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니 섬뜩하기 짝이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