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도 언젠가는 끝나죠. 그러면 너무 슬퍼요. 지금도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은 일부러 끝까지 안 읽어요."
강성봉 작가는 14일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자신의 독서 습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2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카지노 베이비>는 강 작가의 등단작이다. 탄광촌에서 카지노 마을이 된 가상의 도시 '지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어려서 책 읽기를 좋아한 게 글쓰기로 이어졌다. 강 작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연도가 지나간 달력을 잘라서 이면지 노트를 만들어주셨는데, 거기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면 이야기와 작별하기 싫어서 등하교길에 머릿속에서 주인공을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곤 했다"고 말했다.
소설가 강성봉이 '작별하기 싫어'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은 대체 뭘까.
바로 <안나 카레니나>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소설이다.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하던 귀부인 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사랑과 결혼,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신념과 질투, 욕망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세계문학사상 이보다 유명한 소설 도입부는 많지 않다.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 소설은 영화, 뮤지컬, 발레로도 각색됐다. 완독하지 않은 사람도 결말을 어디서든 듣게 된다. 강 작가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결말을 다 아는데도. 끝부분을 안 읽었다"며 "그만큼 재밌게 읽은 책"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