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활용에 대한 여지를 준 가운데, 실제 가동 땐 그 실효가 클 것이란 증권가 의견이 나왔다.
14일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시 방어 히든카드 증안펀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3차 증안펀드가 역대급 금액으로 조성된 만큼 만약 실제 집행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위원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첫 과제로 '금융시장 안정'을 꼽았다.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등 삼중고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구체적으로 공매도 금지 외에도 증권시장 안정기금(증안기금)을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6.29포인트(0.27%) 밀린 2322.32에 장을 마쳤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의 종가가 2977.65인 점을 감안하면 연초 이후 무려 22%나 빠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코수피지수의 구원투수로 언급된 증안펀드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증안펀드는 1990년 5월 시장 폭락에 대응하고자 등장한 증안기금을 모태로 한다. 당시 이른바 '3저 호황'을 발판 삼은 정부의 주식 시장의 활성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과잉 공급,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이 맞물려 증시가 큰 폭 내렸다. 증안기금은 대규모 깡통계좌 매물을 동시호가로 일괄 매입하며 추가 폭락의 도화선을 끊은 이력이 있다.
증안기금에 이어 출시된 증안펀드는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발 금융위기까지 총 3차로 조성됐다. 최근 김 금융위원장이 언급한 증안펀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조성됐던 10조7600억원 규모의 3차 증안펀드다.
3차 증안펀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 회사들에서 10조원을, 한국거래소와 예탁원과 같은 증권 유관기관에서 7000억원을 조달해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시장대표 지수 상품에 투자하도록 계획됐다. 이렇게 증안펀드가 조성됐지만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면서 펀드 금액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상황이다.
3차 증안펀드 가동 카드가 실현될 경우 그 실효가 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과거 증안펀드의 집행기간 실제로 증시가 반등하거나 저점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과거 해당 기간들의 평균 거래대금의 약 20%(신용카드 대출 부실사태), 8%(글로벌 금융위기)에 해당하는 펀드 조성금으로도 큰 효과를 냈다"며 "3차 증안펀드는 역대급 금액으로 조성된 만큼 만약 실제 집행이 이뤄진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다만 증안펀드의 목적이 조성된 금액으로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는 게 아닌 안정화시키는 데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큰 금액을 집행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혜 종목들은 KRX300, 코스피200 등 대표적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이 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와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집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의 약세로 공매도가 많은 종목들은 증안펀드의 집행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 커버가 발생, 추가적으로 더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