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에 따른 수습안을 놓고 갈등설이 불거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15일 오찬을 함께하기로 했다. 친윤(친윤석열) 그룹 내 갈등 및 분화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해 빠르게 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 직무대행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장 의원과의 갈등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장 의원과 내일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다”며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다. 잘 지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포스트 이준석 지도체제’를 놓고 권 직무대행과 장 의원 사이의 의견 대립이 이슈가 되자 이례적으로 권 직무대행이 오찬 계획을 밝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권 직무대행은 이 대표 징계에 따른 당대표 공백 상태를 ‘사고’로 규정하고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위기일수록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직무대행 체제는 선수별 논의와 의원총회, 최고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과거에도 헌법정신에 따라 각종 위기를 돌파해 온 분”이라며 직무대행 체제에 사실상 윤심(尹心)이 실렸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에 반해 장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조경태 의원에 이어 이용호 의원도 이날 “조기 전당대회가 최선”이라며 권 직무대행과 각을 세우고 있다.
장 의원은 잠행을 깨고 이날 기자들을 만나 권 직무대행과의 갈등설에 대해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권력 투쟁설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을 놓고 투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뿌리가 하나인데 투쟁할 것이 없다. 사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중앙대 선후배 사이로,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바른정당 창당 주역으로 오랜 기간 정치적 동지로 지내왔다.
하지만 갈등설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권 직무대행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관련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뒤 장 의원은 국민투표를 주장하면서 권 직무대행의 결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장 의원이 당에 복귀한 뒤 친윤그룹 중심의 민들레회 출범을 예고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민들레회가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협의체 성격을 띨 것으로 알려지자 권 직무대행이 출범에 제동을 걸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정치권에서는 15일 오찬에서 일단 두 사람이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향후 당권 경쟁 구도에 따라 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표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권 직무대행과 장 의원 간 파워게임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