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자산 출금을 금지했던 미국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대형 헤지펀드 쓰리애로즈캐피털(3AC), 중개·대출업체 보이저디지털에 이은 암호화폐 업계의 '도미노 파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셀시우스는 1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남부지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파산법 11조는 파산법원의 감독 하에 기업이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다. 국내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셀시우스는 현재 보유 현금이 1억6700만달러(약 2185억원)이라고 밝혔다. 예상 채권자 수는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자산은 10억~100억달러 범위 내라고만 밝혔다.
루나·테라 사태와 암호화폐 가격 급락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이 업체는 지난달 12일 이용자의 자산 출금·이체·스왑을 전면 중단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셀시우스는 이번 파산 신청에 대해 "사업을 안정시키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자들 돈 못 찾을 것" 셀시우스는 이용자 출금 중단 조치를 여전히 풀지 않았다. 이 업체는 "이 시점에는 이용자 출금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을 당국에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용자의 권리 주장은 파산법 11조의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셀시우스 이용자들이 결국 돈을 100%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암호화폐 업체 스완 비트코인의 설립자 코리 클립스튼은 "셀시우스가 정말로 이용자 보호 의지가 있었다면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 보호 신청을 할 것이 아니라 증권투자자보호법(SIPA)을 통한 파산 신청을 했을 것"이라며 "파산법 11조에 다른 파산 신청을 한 것은 회사가 이용자 자산을 소유한다는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셀시우스를 조사해온 미국 각 주 규제기관은 이번 파산 신청과 관계 없이 조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앨라배마·텍사스· 뉴저지·켄터키·워싱턴·버몬트주의 증권 규제기관은 셀시우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셀시우스는 또 인위적으로 자사 디지털 코인의 '셀(CEL)'의 가격을 부풀리고 사실상 '폰지 사기'를 벌였다는 혐의로 셀시우스의 전직 투자 매니저로부터 고소당한 상태다. 유동성 위기에 줄줄이 파산 암호화폐 '큰손' 업체들은 최근 줄줄이 파산을 맞고 있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암호화폐 대출·중개업체 보이저디지털이 뉴욕에서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보이저디지털은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될 정도로 규모가 큰 업체였지만 암호화폐 헤지펀드 3AC에 빌려줬던 6억5000만달러를 받지 못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의 스티븐 에를리히 최고경영자(CEO)는 "3AC의 디폴트로 인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싱가포르 헤지펀드인 3AC는 지난달 27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이미 파산 선고를 받고 현지 지사 청산을 명령받았다. 이후 3AC는 1일 미국 법원에도 파산법 15조에 따른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파산법 15조는 외국 법원에서 자산 청산을 명령해도 미국 법원이 채무자 자산 보호를 위해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3AC는 루나 코인에 2억 달러를 넣었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대출업체 볼드도 최근 이용자 자산 인출을 중단하고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대표는 "암호화폐 헤지펀드의 3분의 2가 파산할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