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하반기 결혼 계획을 세운 직장인 박도훈 씨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정부에서 신혼부부 대상으로 50년짜리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도입하는 등 혜택이 있어서 신혼집을 매매로 알아보고 있다"며 "적격대출이나 보금자리론을 최대한 이용해 볼 생각이었지만, 이조차도 대출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아 매달 원리금을 부담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밝혔다. 이어 "집값이 조정된다는 얘기가 나와도 금리가 한창 낮았을 때 2%대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부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갈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더 늘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전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연속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한은이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서민 전용 정책금융인 보금자리론의 금리도 5%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보금자리론 금리는 4.5~4.85% 수준이다. 이번 빅스텝에 따라 최소한의 수준인 0.25%포인트만 올린다고 하더라도 금리 상단은 5%대를 넘어서게 된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5%를 넘는 것은 최고 금리 기준으로 2012년 4월(5.05%)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10년 4개월 만에 다시 5%대 금리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적격대출도 5% 돌파를 앞두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고정금리형 적격대출 금리는 연 4.85%다. 적격대출도 이번 금리인상을 반영하면 5%대를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한 201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정책금융을 이용하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금자리론은 약정 만기(최장 40년) 내내 대출금리가 고정된다. 실수요자가 금리인상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매달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집값 6억원·연 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가구에 허용되며, 대출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적격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으로 4.27~6.37%를 기록했다. 이번 빅스텝이 반영된다면 주담대 금리 상단은 7%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번 빅스텝으로 1인당 이자 부담은 33만원 늘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7000억원에 달한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이용자 중 77%는 변동금리를 사용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이번 빅스텝을 반영한 가계대출자의 이자 증가액은 6조8092억원이다. 대출자 1인당 약 33만원의 이자가 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6차례나 인상되면서, 인상 폭이 1.75%포인트에 달했다는 점을 반영하면 가계 이자는 23조8323억원이나 불었다.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000원에 달한다.
문제는 금리가 추가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 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올해 남은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인상되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도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고 조언했다. 그는 20·30세대가 주축인 영끌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지금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을 살 때 3%대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경제 상황에서는 그러한 가정이 변할 수 있고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얼마나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며 "물가나 금리가 0~3%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가정을 하지 말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