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빼면 최하위"…日서 "한국 배워라" 말 나온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7-14 07:35
수정 2022-07-14 11:02

'젠더 후진국' 일본의 남녀평등지수가 또다시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13일(현지시간) '성 격차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남녀평등지수에서 일본은 146개국 가운데 116위를 나타냈다. 기니아(118위)와 부탄(126위), 인도(135위) 를 제외하면 일본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모두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순위가 가장 낮은 이탈리아는 63위였다. 나머지 G7 국가들은 모두 30위 내에 들었다. 일본의 순위는 120위였던 지난해보다 4계단 올랐지만 조사 대상국가가 156개국에서 146개국으로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남녀 완전 평등 상태를 100%로 할 때의 평가 점수는 65%로 지난해(65.5%)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일본은 2015년 67%를 기록한 이후 남녀평등 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 99위로 지난해보다 3계단 순위가 올랐다. 평가점수도 68.7%에서 69.9%로 소폭 상승했다. 중국도 107위에서 102위로 5계단 상승했다. 1위는 13년 연속 아이슬랜드가 차지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남녀평등지수는 정치 경제 보건 교육 등 4개 분야로 평가한다. 일본은 보건(63위)과 교육(92위) 분야에서는 중위권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121위, 정치가 139위로 최하위권에 그치면서 종합 순위를 끌어내렸다. 정치 분야에서는 여성 장관과 국회의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고, 여성 총리가 없었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한국도 경제 분야의 성적은 123위로 일본보다 낮았다. 교육도 104위로 하위권이었다. 반면 보건(54위)과 정치(68위) 분야의 순위가 높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6년만해도 일본의 순위가 한국보다 높았다"며 "한국은 국회 비례대표 후보명부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등 여성할당제가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2006년 첫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치 분야 남녀평등도는 6.7%로 같았다. 2022년 일본의 달성도가 6.1%로 뒷걸음질 친 반면 한국은 21.2%로 오르며 종합순위도 100위권 안에 들었다.

기무라 칸 고배대학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화에 나서며 변화를 통한 성장을 선택한 한국과 변화를 거부한 일본과 차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2021년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9340달러로 세계 28위, 한국은 3만3801달러로 세계 30위였다. 1998년 37계단 차이였던 격차가 두 계단으로 줄었다.

컨설팅 회사인 이우먼의 사사키 가오리 사장은 "국가와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며 "일본도 여성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