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병에 금붕어가?…동물학대 논란에 전시 작품 일부 철거

입력 2022-07-13 18:06
수정 2022-07-13 18:07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한 작품에 대해 동물 학대 논란이 제기됐다.

13일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달 30일 기획전시인 '애도 : 상실의 끝에서'를 개막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전쟁과 전염병, 각종 재해 등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승화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수자, 게르하르트 리히터, 낸 골딘, 닉 워커, 박영숙, 박정선, 빌 비올라, 샤피크 노르딘, 시프리앙 가이야르, 안젤름 키퍼, 유벅, 이재각, 잉카 쇼니바레 등의 작품 54점이 선보였고, 그 중 유벅 작가의 작품 'Fish'가 논란이 됐다.

'Fish'는 링거병 안에 금붕어를 넣은 설치 작품으로,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금붕어가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품을 본 일부 관람객은 미술관 측에 "금붕어 밥은 주느냐?"고 문의했고, 링거병 안에서 서서히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동물 보호단체 역시 문제를 제기하자 미술관 측은 결국 링거병 안에 있는 금붕어를 모두 회수했다. 관람객의 의견도 소중하고, 동물보호단체의 입장도 존중해 작가와 협의해 회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초 전시된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는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금붕어가 죽어가는 것도 작품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는데, 금붕어가 빠져 작품으로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예술가는 일반인의 사고와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