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부품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높은 수준의 보안 관리 역량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LG전자 전장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안 기술’을 꼽았다.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커넥티드카’ 시대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자동차 사이버보안의 국제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 등은 부품 공급사를 선정할 때 보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며 “사업 전반적으로 보안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이벨럼 인수…보안 기틀 마련LG전자는 지난 2월 글로벌 정보보안 인증인 ‘티삭스(TISAX)’를 3대 전장 사업장에서 모두 획득했다.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 인천 서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이다. 각 사업장에서 주로 만드는 인포테인먼트, 차량용 조명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보안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티삭스는 독일 자동차산업협회가 만든 글로벌 정보보안 인증이다.
LG전자가 정보보안 강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선도기업인 사이벨럼의 지분 69.6%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사이벨럼의 당시 기업 가치는 약 1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시에 본사를 둔 사이벨럼은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 강자로 꼽힌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자동차 부품업체 등과 협업해왔다.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분석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분석 도구’를 개발해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련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독보적인 솔루션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LG전자가 사이벨럼을 인수한 것은 자동차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글로벌 전장 업체들은 자동차 보안성을 강화하는 세계 각국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이벨럼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활용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신뢰도 높은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LG전자의 전장사업 입지를 구축하는 큰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인력도 보강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VS사업본부 내 VS스마트연구소에 ‘보안 전문가’ 차병호 상무를 영입했다. 차 상무는 보안업체 시놉시스, 완성차 업체 포드 등에서 보안 관련 업무를 맡았다. 보안 관련 전문적인 기술 역량과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전격 영입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향후 자동차 부품 설계, 개발, 운행 등에서 사이버보안이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장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LG전자는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에 이어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LG전자가 미국 퀄컴과 협력해 ‘5G(5세대)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에서 5G를 활용하면 내비게이션, 게임, 실시간 방송 시청, 긴급통화 등이 가능해진다. 5G는 초고속, 초저지연 등이 장점이어서, 자율주행차 확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확대되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가 다양해져 LG전자의 ICT(정보통신기술) 노하우를 활용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주행 관련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이먼트를 합친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키워왔다. 텔레매틱스,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이 주요 제품이다.
최근엔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미국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소나투스’에 4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를 했다. 전장사업을 강화할 기회를 발굴하려는 취지다. 소나투스는 “굴러다니는 데이터 센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곳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완성차 업체에 ‘AR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구조를 보다 다각화해 완성차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은 본부장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차 안에서 즐길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고객 행동과 미래 운전환경을 연구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