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엔화에 대해 연고점을 경신하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1달러=1유로’ 시대가 열렸다. 달러가 기축통화를 넘어 ‘제왕통화(king currency)’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당 0.9992달러까지 올랐다. 유로와 달러 가치가 같았던 2002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02년은 달러 강세 속에 유로화 지폐와 동전이 유통되기 시작한 때다. 유로 대비 달러 가치는 올 들어서만 15% 이상 상승했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초 108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37.73엔을 찍어 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이날 장중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108.50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원20전 오른 1312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 2009년 7월 13일(1315원) 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 6일(1306원30전) 기록한 연고점을 4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값은 연중 최저점을 깨고 있다. 대부분의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하락세다. 글로벌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7% 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확실히 더뎌진다는 신호가 있기 전까지 달러화 가치는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