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선 직장인, 메타버스선 인기 아이돌"

입력 2022-07-12 18:06
수정 2022-07-13 14:59

‘현실에선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디자이너, 메타버스엔 인기 아이돌’.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활동하는 ‘이프레젠디’ 멤버들의 이야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14일 서비스 출시 1주년을 맞는 이프랜드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내는 연예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누적 이용자가 8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플랫폼이 커지면서 생긴 일이다.

이프레젠디는 메타버스 생태계 ‘자생형’ 아이돌이다. SK텔레콤이나 여느 기업이 기획·구성해 키운 것이 아니란 얘기다. 입담이 좋고 활발한 등의 매력으로 메타버스에서 인기를 끈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그룹을 꾸렸다. 최근 이프랜드에서 만나 기자와 인터뷰한 이들은 “지난 1월 일회성 협업 공연을 한 게 계기였다”며 “이프랜드와 SNS 등에서 계속 활동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져 걸그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서 이프레젠디의 삶은 현실 연예인의 삶과 비슷하다. 가상세계에서 공연이나 토크쇼, 팬미팅 등을 하면서 돈을 번다. 국립극장이 이프랜드에서 극장 개관식을 할 때 기념 공연을 하고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이 그룹의 멤버로 활동 기획을 담당하는 ‘핀님’은 “브랜드 협업 요청이 줄을 이으면서 이미 오는 12월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며 “이를 통한 수입은 일반적인 부업 이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현생(현실 인생)’ 직업은 직장인, 연극배우, 대학생 등으로 다양하다. IT 기업에 다니는 멤버 ‘엘리클래스’는 최근 업계 화두인 메타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이프랜드에 ‘입문’했다가 가상세계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패션·예술 분야 인플루언서인 ‘핀’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메타버스로 ‘이민’을 결심했다”며 “현실에서 홍보를 맡은 브랜드와 메타버스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쓰기 나름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아바타 댄스 공연이 대표적이다. 하트 그리기, 고개 까딱이기 등 누구에게나 공개된 모션 기능을 조합해 안무를 기획한다. ‘칼군무’를 구현하기 위해선 무대에 오르기 전 며칠간 안무를 수십 번 연습한다. 이프레젠디 멤버인 찌유는 “각자 통신 지연도 등 네트워크 환경까지 고려해 반응도가 가장 느린 멤버를 기준점으로 잡고 리허설을 한다”며 “아바타 공연 하나를 만들어 올리는 데 열흘가량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아직 이들의 수익은 기업이 아바타 아이돌에게 공연을 의뢰할 때 지급하는 출연료가 전부다. SK텔레콤은 연내 이프랜드에 개인 간 후원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아바타 아이돌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양맹석 SK텔레콤 메타버스CO장은 “메타버스가 돈과 명예를 얻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