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 전직 총리의 분향소에 발걸음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윤 대통령은 서울 운니동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전 총리 분향소를 찾았다. 영정을 바라보며 잠시 묵념한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이어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을 작성한 후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아베 전 총리의 서거 소식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유족과 일본 국민에게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과 별도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으로 구성된 조문 사절단을 일본에 파견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행보엔 문재인 정부에서 틀어진 한·일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일본에 민감한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중단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고 해서 가급적 재택근무를 권고했는데, 다들 나오신다”고 말했다. 이어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라. 오늘은 한 개만 하고 들어가자”고 말한 뒤 2분가량 질의응답을 했다.
이날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실 출입구에서 7~8m 떨어져 있던 취재진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이뤄졌다. 전날 대통령실 대변인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대책에 대해 “질병청장과 국가감염병대응위원회 위원장, 복지부 차관 이런 분들과 어제 회의를 했는데 내일(13일) 아마 총리 주재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릴 것이다. 거기서 기본적인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물가·고유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은 서민들의 민생이 경제 위기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어스테핑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내일도 도어스테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 안 되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괜찮으면 이 앞에 (포토라인을) 나중에 치자”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