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래차 투자" 현대차의 결단…국내 생산·고용 늘린다

입력 2022-07-12 17:26
수정 2022-07-13 00:56
“현대자동차는 전기차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됐고 노동조합은 고용 안정을 이끌어냈습니다. 국내 자동차 생태계 또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결단입니다.”(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현대차가 29년 만에 국내에 새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전기차 시대에도 한국이 현대차그룹의 주된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의 일부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을 전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비교적 작은 내수시장과 강성 노조, 낮은 생산성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신공장은 미국 등 주요 시장 가까이에 지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국내에 전용공장 두 곳을 짓기로 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이번 결정에 따라 현대차그룹 전기차 생산의 양대 축은 5월 발표한 미국 조지아 공장과 국내 기지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신공장과 기존 시설 재건축현대차는 울산에 들어설 신규 공장을 내년 착공해 2025년부터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신공장으로 생산 차종이 이관되면 울산 다섯 개 공장 중 한 곳을 유휴화한다. 1968년 지어져 가장 노후한 1공장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가동을 멈춘 공장은 향후 전기차 수요에 맞춰 미래형 생산시설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실상 신공장 한 곳을 건설하고 기존 공장 하나를 재건축하는 ‘1+1’ 계획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생산 거점은 경기 화성에 들어설 기아 PBV 공장과 현대차의 울산 공장으로 윤곽이 잡히게 됐다.

현대차 노사는 10년 만의 신입 생산직 채용도 내년 상반기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노조는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원에 따른 정규직 충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인력 적체와 낮은 효율성, 전기차 전환에 따른 불확실성을 들어 신규 채용을 자제해 왔다.

오랜 공방 끝에 현대차가 신규 채용을 결정한 것은 국내 전기차 생산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적기는 하지만 배터리·구동모터 등 완전히 새로운 조립 공정이 적용된다.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전기차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 정만기 회장은 “퇴직 인력을 대신해 전기차 공장에 투입할 신규 인력이 상당수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측은 생산, 노조는 고용 ‘윈윈’이번 결정은 현대차 노사가 자동차산업 전환기를 맞아 합의한 ‘윈윈’ 결단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노후화한 기존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최첨단 전기차 전용 공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가동을 멈춘 공장 재가동 여부는 수요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부지 확보나 전환 배치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도 “노조가 적극 협력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180만 대 규모의 내수 시장에 대응할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은 정체 상태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4만1893대, 2020년 6만3120대, 지난해 12만8629대로 급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또한 자국과 해외에 모두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인근에 20억유로를 투자해 내년 초 신규 공장을 착공하기로 했다.

노조로서도 전기차 전환기의 만성적 고용 불안 우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신사업과 관련해 매년 1회 이상 노조에 설명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양측은 “국내 공장과 연구시설이 미래 신사업 성공의 선도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한다”는 조항도 합의서에 넣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