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연 WISET 이사장 "5만명 부족한 이공계 인재…여성이 대안"

입력 2022-07-12 18:19
수정 2022-07-13 00:2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경기 평택 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전날, 주한 미국대사관으로부터 행사 참석을 요청받았어요. 급하게 연락한 이유가 한국 측 참석자 명단에 여성 과학기술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12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만난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사장(사진)은 인터뷰 도중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 여성 인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흔쾌히 참석했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이공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여성 과학기술 인력이 한참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기계 디스플레이 반도체 바이오 화학 소프트웨어 등 국내 12개 주력 산업에서 일하는 기술 인력 110만 명 중 여성 비중은 2019년 기준 14.4%에 불과하다. 이 중 과학기술 직종만 놓고 보면 10%에도 못 미친다. 과학기술 연구자 비중도 20%로, 세계 평균(30%)과 큰 차이가 난다.

그는 “이공계 졸업자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여학생들의 관심도 커졌지만 여전히 전체 여학생의 20%만 대학에서 이공계열로 진학한다”며 “50%가 넘는 남학생 비율에 비해 크게 낮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그 원인을 기존 사회·교육 환경과 여학생들의 선입견에서 찾았다. 그는 “비행기나 로봇 조립 등 남학생들의 기호를 중심으로 과학 교육을 하는 데서 벗어나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여학생들도 ‘과학은 어렵다’ ‘여자 친구들이 별로 없으니까’ 등의 선입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WISET가 2012년부터 매년 ‘여학생 공학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더 많은 여중생과 여고생들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관련 학과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는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전국 15개 대학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안 이사장은 이공계 과학기술 인재 양성 문제를 성별이 아니라 ‘미래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5년 내 이공계 인재가 5만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른 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라 어느 나라에서도 데려오기 힘들다”며 “앞으로는 국내 인력을 빼앗기지만 않아도 다행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에 들어온 이공계 인력은 매년 4000명, 빠져나간 사람은 연간 3만~4만 명으로 집계된다.

안 이사장은 “인력을 늘리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인재풀을 조성한다는 관점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 인재 육성은 의미가 있다”며 “과학기술은 개인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자기 능력을 인정받기도 상대적으로 좋은 분야”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화여대 수학과와 전산학과 석사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전자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보기술(IT) 전문가다. 삼성SDS와 시큐어소프트 등에서 일했다. WISET는 과기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공계·과학·엔지니어링 분야의 여성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글=문혜정/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