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민들 '아베 마지막 길' 배웅…장례식은 비공개

입력 2022-07-12 17:11
수정 2022-07-26 00:31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12일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사찰 조조지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이 상주인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 등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자민당 최대 파벌로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이었던 세이와카이의 간부 등도 장례식에서 자리를 지켰다. 조조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일본 국민들이 추모를 위해 긴 줄을 섰다.

일본 자민당사 등지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도 일본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본 전역에서 추모객이 상경했고 애도를 위해 휴가 등을 낸 경우도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59개 국가 및 지역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가 이어졌다”며 “아베 전 총리가 외교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운구차는 아베 전 총리가 정치인으로 활동한 무대인 국회의사당과 총리관저, 자민당사 등을 돈 뒤 화장장으로 향했다. 아베 전 총리는 1993년 부친의 지역구(야마구치)에서 중의원에 당선되며 국회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민당 간사장과 총재를 거쳐 2006년 9월 일본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두 번의 임기를 거치며 8년9개월 동안 집권, 일본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에게 일본 최고의 훈장인 다이쿤이킷카쇼케이쇼쿠(大位菊花章頸飾)를 수여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이 훈장을 받은 일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명뿐이다. 관례에 따라 추후 기시다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 주최하는 추도식도 열릴 예정이다. 각국 정부도 추도식에 조문단을 보낼 계획이다.

장례식 전날인 11일 조조지에서 열린 쓰야(通夜·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행사)에는 2500명 이상이 조문했다. 기시다 총리 등 정계 인사들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 등 재계 인사들이 찾아와 분향했다. 미·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일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도 문상했다.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도 조문을 위해 방일했다. 1972년 일본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대만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나라시에서 가두연설을 하던 중인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께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쏜 총에 맞았고 결국 과다 출혈을 일으키며 같은 날 오후 5시3분께 사망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 의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위대를 헌법에 군대로 명시하자는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비중이 전체의 46%로 추정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자민당은 자위대 명기 등을 개헌이 필요한 항목으로 제시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의원 대다수가 자위대 명기 개헌에 찬성하고 있긴 하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원들이 변수라고 분석했다. 공명당 의원 중 자위대 명기 지지자는 14%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