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꺼진 줄 알고…유상범 "이준석, 기소 되면 다시 징계"

입력 2022-07-12 17:51
수정 2022-07-12 17:52


국민의힘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이 지난 11일 당내 초선의원 모임 도중 '성 상납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언급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MBC는 12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날 오전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에서 유 의원과 최형두 의원 등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이 대표의 징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최 의원은 당시 "중진들 중에는 자기 유불리에 따라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원도 있다)"며 "면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그냥 직무대행으로 가는 것"이라며 "(6개월) 그대로 (가는 것)"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어 "아니 그사이에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다시 징계해야 된다"며 "수사 결과에서 성 상납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어쩔 것인가"라고 했다. 수사 기관이 이 대표의 성 상납에 대한 실체를 인정할 경우 추가 징계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 의원은 "아닐 경우도 생각해야지"라고 했지만, 유 의원은 "지금까지 조사한 걸로 보면…"이라며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최 의원이 "가벌성이 있어야지.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야지"라고 했으나, 유 의원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그거 다 거짓말했잖아. '나 안 했다'고. 그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또 유 의원은 "좀 이따 최고위원들이 다 사퇴하면 비대위로 바뀌기도 한다"며 "그러니까 지금 당장 여기서 무리하게 해석을 잘못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후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것을 알아챈 최 의원이 마이크를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날 유 의원의 발언을 놓고 봤을 때,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이 이 대표에게 추가적인 징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유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 초선의원이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 징계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 독려 글만 이따금 올릴 뿐, 공식 석상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중이다. 이 대표가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이유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 대표가 여론전을 위한 '우군 늘리기'에 주력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 대표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초선, 재선, 중진 의원 모임을 잇달아 열어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뜻을 모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결정한 것이냐"는 물음에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당이 '이준석 지우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