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측정을 하는 미국 경쟁 제품보다 정확하게 간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싱가포르에서 간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상용화하겠습니다.”
권혁성 레피다인 연구소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22 대한민국 바이오투자 콘퍼런스(KBIC 2022)’에서 이같이 말했다. 레피다인은 간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다른 암종으로도 조기진단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간암은 5년 생존률이 6%에 불과해 여러 암 중 위험도가 높은 암으로 분류된다. 간암 발병 시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수술 후 재발이 빈번하지만 마땅한 검사 대안이 없다. 조기진단을 위해 알파페토프로틴(AFP), PIVKA-2 등의 바이오마커가 있지만 이들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 방식으론 지름 3cm 이하의 소형암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레피다인은 종양 DNA를 메틸화 마커를 이용해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최근 미국 일루미나, 그레일, 이그젝트사이언스 등이 메틸화 마커를 이용해 암 조기진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레피다인의 첫 조기진단 제품은 ‘메씨리버디엑스’다. 레피다인은 연구자 임상을 통해 간암 조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민감도 86%, 특이도 92%라는 결과를 확보했다. 권 소장은 “기존에 나온 어떠한 조기진단 마커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메씨리버디엑스는 혈장에서 추출한 세포유리DNA(cfDNA)를 이용해 4개의 메틸화 마커를 실시간 종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증폭하는 방식이다. 권 소장은 “지난해 이그젝트사이언스가 실험실개발테스트(LDT) 서비스로 간암 진단 제품 ‘온코가드리버’를 내놨지만 이는 3개 메틸화마커와 AFP를 정성적으로 측정하는 제품”이라며 “반면 메씨리버디엑스는 정량 측정으로 보다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간암 특이적 마커는 다양한 인종에 적용 가능해 전세계에서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피다인은 초음파 검사와 비슷한 가격으로 메씨리버디엑스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피다인은 국내에서 체외진단기기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확증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외 진출을 위해서는 실험실표준인증(CLIA) 기관인 싱가포르의 DXD허브와 협력을 통해 LDT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싱가포르에서 LDT 인증을 획득해 서비스를 상용화한 뒤 대만 태국 등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권 소장은 “바이오니아와 협력해 진단키트 공급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기존 간암 조기진단에 쓰이는 AFP를 대체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레피다인은 2019년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올 3분기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