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파산각이네요."
"회사가 문 닫을 분위기 입니다. 왜 저 몇 명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합니까."
대우조선해양 종목 토론방이 '위기론'으로 들끓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들도 거리로 나와 회사가 공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배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41일째로 접어들면서 지난달 매출만 2800억원가량이 증발됐다. 이달에도 하루 260억원씩 매출이 날아가면서 누적으로 1조원의 매출이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120여 명가량이 참여한 파업에 2만명이 몸담은 회사가 휘청이고 있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만 2조7280억원에 달하지만, 이 회사의 올해 순손실 규모가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키우면서 결국 '혈세'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몰리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523.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44.1%포인트나 올랐다. 이 회사 재무구조는 올들어 갈수록 더 나빠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자폭이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최근 선박 수주가 늘면서 올 4분기에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파업 영향으로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커졌다.
지난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 전임자 인정과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섰다. 하청지회 소속 120명이 참여한 파업이다. 이들 가운데 7명은 지난달 22일부터 이 회사의 거제 아주동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도크 점거에 따라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어 지난달에만 2800억원의 매출이 증발했다. 최근에는 하루 매출 증발 규모가 260억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8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사라진다. 연간 1조원 규모의 매출이 증발할 수도 있다. 매출 감소는 손실로 이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35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파업 충격까지 반영하면 영업손실폭은 5000억~6000억원대로 불어날 우려도 적잖다. 지난 3월 말 현금성자산이 1조4413억원에 달하지만, 이 회사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만 2조7280억원에 달한다. 연간 이자비용도 800억원에 달한다. 추가 차입금 조달 외에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55.7%)을 대상으로 영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재차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0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재차 혈세(공적자금)를 투입할 우려가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