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지는 주머니…여행·골프주 '휘청' 엔터·미디어 '꿋꿋'

입력 2022-07-11 16:02
수정 2022-07-11 16:10

인플레이션 급등에 경기둔화 그림자까지 드리우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벼워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한 발 앞서 이를 반영해 비교적 큰 돈을 들여야 하는 야외 레저 관련주는 급락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디어·엔터주는 꿋꿋하다. 증권가에선 특히 케이팝의 구조적성장 등을 감안해 엔터주에 주목했다.○"불경기에 해외여행·골프는 사치" 11일 하나투어는 전거래일 대비 4.91% 내린 5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날 대한항공 역시 3.98% 내린 2만4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여행·항공주는 거리두기 해제(리오프닝) 수혜가 기대되며 1분기 내내 상승가도를 탔지만, 2분기 들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니 6월 이후 급락했다. 6월 이후 이날까지 하나투어와 대한항공의 주가는 각각 33.42%, 16.87% 내렸다.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소비 여력이 축소되는 국면에서 쉽사리 해외여행에 지갑을 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급등하는 유가에 항공권 요금이 더 비싸지고, 달러 강세에 환전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7월 이후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다시 높아지며 주가의 발목을 또 잡았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행주는 원가인 항공료와 지상비가 유가와 달러 강세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지출되고 있다"며 "원가를 오롯이 판매가에 전가시켜야 하고 수익률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마진 개선이 가파르게 이뤄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골프 관련주 역시 가벼워진 주머니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골프 관련주를 고루묶은 HANARO Fn골프테마 ETF는 지난달 이후 15.1% 하락했다. 골프 대표주로 꼽히는 골프존도 같은 기간 15.08% 하락했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골프존은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와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른 골프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팬덤이 받쳐주는 티켓값 인상
반면 미디어·엔터주는 꿋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데다, 아이돌의 CD나 굿즈도 큰 돈이 필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며 지난달 이후 23.43% 올랐다. 에스엠과 JYP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기간 각각 1.73%, 5.98% 하락했지만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12.87%)를 큰 폭으로 이겼다.

증권가에선 그중에서도 엔터주에 주목한다. 케이팝 시장이 아시아에서 전세계로 넓어지면서 구조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팬덤이 판가 인상을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미국 공연 전문 매거진 폴스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미 상위 100개 투어의 평균 티켓 가격은 108.2달러로 2019년 동기(91.86달러) 대비 17.8%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평균 티켓 판매량 역시 7496개에서 7913개로 5.6% 늘었다.

송범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사의 경우 음반과 콘서트 티켓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어 팬덤 증가를 기반으로 매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투어와 100만장 이상 음반 판매가 가능한 아티스트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저평가 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