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만화'로 폭발적 성장…웹툰을 메이저산업으로 끌어올려

입력 2022-07-11 15:17
수정 2022-07-11 15:20

네이버웹툰은 2004년 네이버의 작은 서비스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 만화 시장의 창작과 소비문화 전반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브컬처의 영역이던 웹툰을 메이저산업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생태계 확산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10개 언어로 8200만 이용자와 만나고 있다. ○도전 만화로 전 세계 창작자 발굴네이버웹툰이 첫선을 보인 것은 2004년 6월이다. 경쟁사였던 다음의 ‘만화 속 세상’보다 1년가량 늦은 시점이다. 서비스 초창기만 해도 강풀, 강도하 등의 작품이 연재됐던 만화 속 세상이 우위를 보였다.


네이버웹툰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도전 만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다. 도전 만화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기 작품을 독자들에게 쉽게 선보이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즉각 받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창작자들은 도전 만화를 통해 정식 데뷔 전부터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팬덤은 해당 작품이 정식 연재로 데뷔한 뒤 안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도전 만화에서 정식 연재로 이어지는 승격 시스템은 한국에서 아마추어 등용문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도전 만화를 거쳐 조석(마음의 소리), 박태준(외모지상주의), 야옹이(여신강림), 이동건(유미의 세포들) 등 수많은 스타 작가가 탄생했다.

네이버웹툰은 도전 만화 시스템을 글로벌 서비스에도 적용 중이다. 동남아시아와 미국, 유럽에선 ‘캔버스’, 일본에선 ‘인디즈’란 이름으로 운영하며 웹툰 불모지였던 해외에서 현지 작가를 탄생시키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미국·프랑스 등서 웹툰 1위 굳혀네이버웹툰은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2014년 ‘라인웹툰’을 시작으로 한 네이버웹툰 글로벌 서비스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웹툰 작품을 번역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번역은 물론 현지 작가를 발굴해 해당 지역의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미국, 대만, 인도네시아, 프랑스, 태국 등 주요 시장에서 ‘라인웹툰’과 ‘웹툰’이 웹툰 플랫폼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라인웹툰’은 동남아, ‘웹툰’은 서구권 국가에서 활용하는 네이버웹툰의 브랜드다.

특히 북미에서 웹툰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월간활성사용자(MAU)가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용자의 70% 이상이 Z세대로 향후 웹툰을 통한 글로벌 Z세대 공략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어 서비스의 인기작인 ‘로어 올림푸스’는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포네, 하데스의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작가는 뉴질랜드인이다. 지난해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에서 최고 디지털 도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웹툰은 영어 서비스 외에도 2019년 프랑스어, 스페인어 서비스를, 지난해 독일어 서비스를 출시해 유럽과 남미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이르면 이달 프랑스에 유럽 총괄 법인 ‘웹툰 EU’(가칭)를 신설해 유럽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목표다. 유럽 총괄 법인이 신설되면 네이버웹툰은 북미 본사를 중심으로 한국, 일본, 유럽까지 주요 시장에 모두 사업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해외 시장의 오리지널 콘텐츠 선점을 위해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왓패드는 월간 이용자가 9000만 명에 달하고, 50개 이상 언어를 지원한다.

네이버웹툰은 오리지널 웹툰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출판,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부가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웹소설의 웹툰화 성공 사례들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흥행이 검증된 웹소설과 웹툰 IP의 영상화라는 밸류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0년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이자 IP 브릿지 컴퍼니인 스튜디오N이 공동제작에 참여한 ‘스위트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글로벌 누적 조회수 12억 뷰를 기록했다. 스위트홈을 시작으로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모럴센스 등이 영상화되면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누구나 웹툰 그릴 수 있는 세상”네이버웹툰은 올해 2월 기술 조직에서 AI 조직 ‘웹툰 AI’를 별도로 분리했다.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의 AI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이다.


네이버웹툰은 자동 채색 툴 ‘AI 페인터’, 불법 유통 복제물을 감시하는 ‘툰레이더’ 등 그동안 없는 AI 기술을 만들어 실제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AI 페인터는 스케치 맥락에 맞게 자연스럽고 웹툰답게 채색을 도와준다. 딥러닝 기술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한 1500여 작품의 12만 회차분에서 30만 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추출해 다양한 채색 스타일을 학습시켰다. 작년 10월 베타 서비스를 선보인 후 지금까지 AI 페인터로 채색한 작품 수는 60만 장이 넘는다.

하반기에는 해외 사용자를 위한 베타 버전도 선보인다. 향후 실사 사진을 웹툰화시켜 배경 작업 시간을 줄이는 ‘배경 자동 생성 기술’과 사진을 올리면 웹툰 캐릭터로 바꿔주는 ‘얼굴 변환 기술’ 등도 연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