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막한 ‘2022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2022)’ 항암 세션에선 암 정복에 나선 국내 바이오벤처의 다양한 사업 전략이 대거 공개됐다. 진단 영역에서는 조직 검사가 아니라 혈액으로 각종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항암제”항암 세션의 첫 발표자로 나선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그랩바디’ 플랫폼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과 접목하는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약물을 붙여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ADC 플랫폼에 단일항체가 아니라 이중항체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임상에 들어간 사례는 아직 없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바탕으로 퇴행성 뇌질환과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월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제를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이 대표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플랫폼을 꾸준히 ‘튜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ADC에 단일항체가 아니라 이중항체를 접목하려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 딜’ 이후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글로벌 회사들과 물질이전계약(MTA)을 맺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 대표는 “과거 기술이전한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들어올 경우 현금 2110억원을 보유하게 된다”고 했다. 혈액으로 암 진단삼중·사중항체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도 소개됐다. 한미약품 연구소장 출신인 김맹섭 대표가 2021년 설립한 머스트바이오다. 김 대표는 “돈 되는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며 “내년 2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임상에 진입하겠다”고 했다.
대사항암제를 개발하는 메타파인즈의 정호진 사업개발 총괄이사는 “지난해 10월 국내,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1상 허가를 받았다”며 “독성은 낮추고 면역력은 강화하는 항암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대사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대사 활동을 차단해 사멸시키는 원리의 치료제다.
메드팩토는 췌장암과 골육종 암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TGF-β1)을 억제하는 원리의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메드팩토는 이날 FDA에 골육종 임상 2상 신청을 했다. 3분기엔 췌장암 2상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치료제 개발 회사인 지놈앤컴퍼니의 서영진 대표는 “독일 머크, 화이자와 협력 중인 위암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내년 초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혈액으로 조기에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플랫폼 ‘온코캐치’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혈액에 떠다니는 암세포 유전자 조각(cfDNA)을 잡아내 분석하는 원리로, 극초기 암까지 진단 가능하다. 이성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자체 기술로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고 했다. 온코캐치는 폐암 유방암 대장암에서 90% 이상의 민감도(양성 판별률)와 특이도(음성 판별률)를 보였다.
한재영/이선아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