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서 정한 결정 기준 중 어느 것에 근거했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1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이의제기서를 통해 ‘2023년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는 가장 약한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반영한 사회적 지표가 없다”며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삼중고’에 고임금을 더해 ‘사(死)중고’의 한계 상황으로 소상공인을 밀어내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한계 상황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소·영세기업 등의 경영 부담을 가중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8일 비슷한 취지로 재심의를 요구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5일 최저임금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이의제기서를 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시급을 올해 대비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9만6140원 늘어난 금액이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한 수치에서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2.2%)를 빼 인상률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결정 산식과 같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요소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위가 반영한 수치가 모두 실지표가 아니라 ‘전망치’인 것도 논란이다. 노사 모두 “근거가 뭐냐”며 아우성치는 대목이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정치 논리에 따라 정해진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고용부 발주 연구용역 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관련 연구는 임금 실태, 비혼 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등을 주제로 6건이나 수행됐다. 현행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법정 요소들에 대한 연구다. 하지만 올해도 예년과 같은 주먹구구식 결정 방식엔 변함이 없었다. 연구만 수행했을 뿐 반영이 제대로 안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1987년 이후 이의 제기는 20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설사 재심의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논란만 일으킬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조속히 손봐야 한다. 내년에도 똑같은 논란이 벌어진다면 최저임금위보다 최저임금개혁위원회가 더 필요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