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그림으로 되찾은 골프 열정, 커리어그랜드슬램까지 달려볼게요"

입력 2022-07-10 17:35
수정 2022-07-11 07:52


“너를 억누르는 바로 그것이 널 일으켜 줄 거야.(The very thing that holds you down is going to lift you up)”

‘스튜디오 파랑’의 벽 한쪽에는 전인지가 직접 손으로 쓴 문구가 붙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기 코끼리 덤보’의 대사다. 덤보는 전인지의 별명이자, 그의 그림 주제이기도 하다. 골프를 배울 때부터 “여기서는 왜 이렇게 쳐야 하냐”는 질문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이 호기심 많은 아기 코끼리를 닮았다며 이런 별명이 붙었다.

전인지가 그림을 처음 마주한 것은 작년 말, 서울 자하문로 본화랑에서 열린 박선미 작가의 개인전에서다. 박 작가는 화려한 색감과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앵무새를 통해 책과 음악,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표현한다. 당시 전인지는 박 작가의 작품 ‘9번째 지능’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고 한다. 여덟 가지 다채로운 색상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앵무새를 그린 작품이다.

전인지는 지난해 톱10에 아홉 차례나 들었지만, ‘우승 한 방’이 없어 아쉬움이 컸던 때였다. “다채로운 색상,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앵무새의 눈을 보며 저의 불안함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인지씨는 자신과 세상의 발전을 고민하는 9번째 지능, 즉 실존지능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큰 힘이 됐죠.”

‘작업실에 놀러오라’는 박 작가의 제안에 용기를 내 찾아갔다고 한다. 함께 색을 고르고 붓질하자 불안함이 녹아내렸다. 미국으로 떠나는 전인지에게 박 작가는 “언제든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며 스케치북과 펜을 선물했다. 전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후원사인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도 직접 화구가방을 골라 그에게 건넸다.

전인지는 “그림을 그린 뒤 제 골프가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게 됐다”며 “외로운 투어 생활에도 낙이 생겼다”고 했다. 많은 골퍼가 취미활동으로 투어의 고단함을 달랜다. 로리 매킬로이는 스피드, 신지애는 드로잉을 즐긴다.

박 작가는 전인지에 대해 “관찰력이 뛰어난 눈을 가졌다”고 했다. 두 사람의 전시는 올 연말 본화랑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