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와 위험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필요한 시기에 개혁을 외면해온 탓에 지속 가능하도록 손대기가 한층 어려워지면서 미래 세대 부담만 키우고 있다. 새 정부도 주요 개혁과제라고 주목은 하면서도 대충의 일정만 세웠을 뿐, 아직은 말뿐이다.
새로 나온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기재정전망(2022~2026년)을 보면 34조원인 연금 급여 지출이 2026년에는 53조원으로 늘어난다. 4년 새 18조7769억원이나 급증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국민연금 외형이 커지는 기간이라 수급자가 138만 명으로 늘어나지만, 적립금도 243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본격 퇴진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신규 수급자도 증가하고 있어 2057년으로 예고된 기금 고갈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실제적 위험이다.
여기까지는 정부와 국회, 민간 전문가 모두가 이견 없는 위기 진단이다. 문제는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누구도 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정 지원이 기하급수로 커지는 공무원·군인연금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확대해온 노령연금까지 연금개혁의 과제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의 변죽만 울린 문재인 정부의 직무유기를 언제까지 탓할 수만도 없다.
지난달 새 정부가 첫 위기대책으로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을 때 연금개혁에 대해 짧게 언급하기는 했다.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망)를 한 뒤 하반기에나 개선안을 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문기관의 자세한 수급 전망치가 또 나온 만큼 개혁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더구나 내년 후반기로 가면 2024년 22대 총선 직전이다. 블랙홀 같은 퇴행 정치로 속된 말로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큰 만큼 일정을 최소한 반년 이상 앞당겨야 한다.
연금개혁은 방법을 몰라 못하는 게 아니다. 책임감으로 결단의 용기를 내고 다수 가입자를 설득해야 하는 일차 주체는 당연히 정부다. ‘더 내고 덜 받는’ 게 큰 원칙이지만, 기금을 쌈짓돈인 양 아무 데나 마구 쓰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제도적으로 배제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 단추가 될 공적연금개혁위원회는 지난달 발표 때 이름만 던져졌다. 한국 정치 관행으로 볼 때 이 위원회도 국회로 가면 기대난망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빨간불이 거듭 켜지고 대안도 많이 나온 만큼 더 이상의 지연으로 개혁 불감증이나 키워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