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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중국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반복적 봉쇄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은 금리 조절 대신 재정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황에도 뛰는 물가중국 국가통계국은 9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7월 2.7% 이후 23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시장 예상치인 2.4%를 웃돌았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고점인 작년 11월 2.3% 이후 2% 이내의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2.1%를 나타내며 2%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교통비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인의 식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CPI를 구성하는 주요 30대 항목 가운데 교통연료비가 32.8% 급등했다. 식품류 중에선 과일이 19.0%, 계란류가 6.5%, 식용유가 5.0% 상승했다. 채소가 3.7%, 곡물이 3.2% 오르는 등 글로벌 식자재 인플레이션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돼지고깃값은 6%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3월 -41.4%, 4월 -33.3%, 5월 -21.1% 등에 비하면 하락 폭이 급격하게 축소됐다. 전월 대비로는 2.9% 올랐다. 중국 당국은 CPI 구성항목의 비중(가중치)을 공개하지 않지만, 돼지고기는 단일 품목으로 가장 큰 2%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CPI 안정 추세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던 돈육가격마저 뛰자 중국도 주요 국가들처럼 물가 관리가 녹록지 않다는 상황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올 6월까지 CPI 상승률은 1.7%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3% 이내로 삼고 있다. 다수 전문가가 하반기에는 3% 이상의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매가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 6월 상승률은 6.1%로 전월의 6.4%보다 내려갔다. 중국의 월간 PPI 상승률은 작년 10월 사상 최고인 13.5%를 찍은 뒤 8개월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과 봉쇄의 충격에 따른 경기 하강과 수요 감소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 대신 재정정책 올인노무라증권은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면서 봉쇄 등 강력한 통제가 반복한 탓에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국도 주요국과 마찬가지고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원인으로 물가가 뛰는 현상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대표적 사례다. 호황일 때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뛰는 일반적 인플레이션 시기엔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를 더 침체시킬 수 있다.
여러 국가가 불황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 물가부터 잡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서민 경제에 더 타격을 주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물가 상승을 감수하면서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금리 차 축소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어서다. 중국의 6월 말 기준 외화보유액은 전달보다 565억달러 줄어든 3조71억달러로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올해 5.5% 성장 목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인프라 투자 등 재정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에 쓰는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을 하반기에 1조5000억위안(약 291조원) 이상 추가로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설정한 3조6500억위안의 특수목적채권 발행액의 93%는 이미 상반기에 소진했다. 중국은 작년에도 4분기에 올해 몫 가운데 1조4600억위안을 이미 집행하도록 했다. 올해도 2023년 몫을 당겨쓰면서 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재정 지출을 늘리기 위해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율 목표(2.8%)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우지웨이 전 재정부장관은 "재정적자는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려면 정부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재정적자율 목표를 3.6%로 높였다가 부채 부담이 커지자 작년 3.2%, 올해 2.8%로 하향했다. 러우 전 장관의 발언은 중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부채 문제보다 당면한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