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조선소 재가동 기대에 집값 '들썩'

입력 2022-07-08 17:17
수정 2022-07-18 16:24

일자리와 인구 동반 감소로 내리막길을 걷던 전북 군산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올 상반기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데다 외지인의 부동산 투자도 늘고 있다. 군산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일자리, 규제 풍선효과, 대규모 개발사업 등 세 가지 재료가 결합된 영향으로 분석된다.“현대重 돌아온다” 기대, 부동산 들썩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군산의 집값 상승률은 0.31%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군산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 상반기 3.3㎡당 639만원으로 관측 이후 가장 높다.

군산시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1월 군산시 인구는 26만5160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15년 27만8398명 대비 4.7% 감소했다. 그럼에도 군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따른 일자리 기대감이 일찌감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라북도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당장 오는 10월부터 군산조선소가 임시 가동되고 내년 1월부터는 전면 운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가동 중단 전인 2016년에는 직영 650여 명, 협력사 3500여 명 등 4000명 넘는 직원이 근무했다”며 “현재 협력사 12개사를 선정하고 내년도 건조물량 생산 재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는 ‘과거의 영광’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곧 가동될 조선소에는 협력사를 포함해 1000명 넘는 근로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당장 선박 완성품에 들어갈 부품 조각(블록)을 생산할 인력 600명이 필요하다고 해 양성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조선소는 2016년부터 이어진 수주 절벽으로 인한 조선업 장기 불황 여파로 2017년 7월 문을 닫았다. 그러자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맞았다. 인구까지 줄어들면서 신규 주택 공급에 나서는 사업자도 거의 없었다. 2019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단 29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인근 전주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규제 풍선효과’로 집값이 오르고 공급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2101가구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 2027년 7월 개원 예정인 군산 전북대병원 같은 추가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군산 아파트 시장은 지역경제 침체로 하락기를 거치다가 2020년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며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됐고 침체기 때 멈췄던 신규 분양이 이어지면서 개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지역 호재 타고 외지인 갭투자도 급증 군산시 새 아파트 붐은 조촌동 페이퍼코리아 공장 매각으로 생긴 부지에 조성되는 ‘디오션시티’가 주도하고 있다. 부지면적 5961㎡에 아파트 6400여 가구를 공급하는 개발 사업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0년 입주한 신축 단지인 ‘e편한세상디오션시티2차’(423가구 규모)의 경우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5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직후였던 2년 전 가격(3억3900만원)보다 51.9% 올랐다.

공인중개사협회 군산지부 소속 김정희 대교공인 대표는 “전세 낀 물건을 찾는 외지인의 갭투자 문의 전화가 하루에 5통 정도 꾸준히 오고 있다”며 “금리 인상 이슈 전인 올초에는 갭투자 문의 연락이 하루 최대 10통까지 왔다”고 전했다.

5억원짜리 매물은 전세를 4억원까지 놓을 수 있어 실 투자금이 1억원 남짓이면 된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갭이 2000만원대인 주택도 있다. 지난달 군산 수송동 동신아파트 84㎡의 전세가는 1억1800만원인 반면 매매는 1억4000만원에 이뤄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억원 미만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부동산 하락장에서는 무리한 갭투자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산=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