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이 너나 할 것 없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악의 봄 가뭄에 장마·폭염이 이어진 영향이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상추와 깻잎 등 쌈채소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다음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이른 추석(9월 10일)을 앞두고 다음달부터 농산물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꺾이지 않는 쌈채류 가격
8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이 시스템이 가격을 집계하는 22개 농산물 중 20개의 가격이 전주보다 올랐다. 테란은 상추, 양파, 감자, 마늘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농산물 22개를 선정해 가격 동향을 파악한다. 감자와 고구마를 제외한 나머지 채소, 과일류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KAPI는 161.5를 기록했다. KAPI는 과거 농산물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100보다 높을수록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7월 KAPI가 160선을 돌파한 것은 지수를 처음 산출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KAPI는 통상 농산물 공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올라가고 여름철에 내려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움직임은 일반적 흐름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KAPI는 지난달 30일 118.8에서 1주일 만에 42.7포인트 급등했다. 상승세는 상추와 깻잎 등 엽채류가 이끌고 있다. 상추 가격은 ㎏당 1만2433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 대비 88.5% 상승했다.
전달보다는 246.0%, 전년 동월보다는 174.4% 급등했다. 이달 들어 7일까지 상추 평균 가격은 1만699원으로 집계됐다. 상추의 월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것 역시 10년 만에 처음이다.
깻잎 가격도 상추를 따라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당 7114원으로 전주 대비 69.9% 올랐다. 과채류도 오름세다. 오이와 풋고추 가격은 전주보다 각각 70.1%, 60.8% 상승했다. 토마토는 같은 기간 53.4% 올랐다. 이상기후가 가격 밀어 올려농산물 가격의 이런 상승세엔 극단을 달리는 날씨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봄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생육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겹쳐 작황이 악화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마전선의 영향이 7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여름철 태풍까지 덮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농촌 지역 고질병이 된 인력 부족 문제도 수확 시기를 늦춰 농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 추석이 급등세에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해 추석은 2014년(9월 8일) 후 8년 만에 가장 이르다. 다음달부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제수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 농산물 가격이 더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