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 3사가 3000억원 규모 콘텐츠 공동 수급에 나선다. 유망 콘텐츠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위주로 공급되는 최근 시장 구도를 바꿔보겠다는 취지다.
8일 한국IPTV방송협회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콘텐츠 공동전략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3사가 3000억원 규모 콘텐츠 공동 투자를 벌인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날 협약식엔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담당, 박준동 LG유플러스 컨슈머서비스그룹장 등이 참석했다.
3사는 IPTV 공동수급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독점(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독점 지식재산권(IP) 확보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3사간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함께 콘텐츠 마케팅에 나서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OTT업계에서 콘텐츠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티빙 오리지널’ 등 수식어를 붙여 특정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임을 널리 알리는 것처럼 IPTV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공동 수급이 주로 드라마와 영화 위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OTT 시장이 급증하면서 콘텐츠값이 올라 IPTV 기업 개별로는 텐트폴(대작) 영화나 스타 배우·작가의 드라마를 독점으로 수급하기 어려워져서다.
반면 예능프로그램은 기존에도 IPTV 각 기업이 자체 콘텐츠를 여럿 두고 있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예능프로그램은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덜 들어 콘텐츠 제작비 회수(리쿱)가 용이한 편”이라며 “지역 기반 예능 수요도 있다보니 드라마·영화에 비해 IPTV 독점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PTV 3사의 첫 공동 수급작은 최동훈 감독의 장편영화 ‘외계+인 I’다. IPTV방송협회는 이날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사, 투자사 등과 협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투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위주로 재편된 콘텐츠 가치사슬(밸류체인) 흐름 와중 IPTV 업계가 내놓은 강수다. 최근엔 실시간 방송 송출 후 OTT 서비스로 직행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엔 큰 경쟁자가 생긴 셈이다. 유망 콘텐츠 IP가 구상 단계부터 OTT로 넘어가는 사례도 많다.
이날 IPTV방송협회는 “이번 협약은 특정 플랫폼의 독점으로 인해 붕괴되고 있는 밸류체인을 정상화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콘텐츠업계는 이를 넷플릭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한다.
IPTV 3사는 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각 기업의 IPTV 플랫폼을 비롯해 TV 채널, 관계사 등을 통한 OTT 서비스 등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KT는 OTT 플랫폼 시즌을 운영한다. SK브로드밴드는 관계사 SK스퀘어의 자회사인 OTT 웨이브와 각종 협력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OTT 유플러스모바일TV를 운영한다. 전방위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 공급자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IPTV방송협회는 “이번 협약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 투자사 등과의 상생 협력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