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술력 경쟁이 일본 기업들의 독주를 한국 기업들이 맹추격하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많이 보유한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6곳이 일본, 나머지 4곳이 한국 기업이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특허 전문 조사회사인 패턴트리절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00년부터 2022년 3월까지 1331건의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확보해 1위에 올랐다. 2위 파나소닉홀딩스(445건)보다 보유 특허 수가 세 배 많았다.
석유화학 회사인 이데미쓰코산이 272건으로 3위였다. 일본 기업은 1~3위를 석권한 것을 비롯해 총 6곳이 10위권에 들었다. 도요타는 1990년대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배터리 구조에서부터 재료, 제조공정까지 다양한 분야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위 파나소닉은 2020년 도요타와 배터리 합작회사를 설립해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3위 이데미쓰코산은 금속 원료와 관련한 특허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삼성전자(4위)와 LG화학(6위), 현대자동차(9위), LG에너지솔루션(10위) 등 4개사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와 LG화학은 2016년 이후 특허 수를 급격히 늘리며 일본 기업들의 독주를 막고 나섰다. 2016~2020년 도요타의 특허 수가 이전 5년보다 40% 늘어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2배, LG화학은 3배 특허 수가 급증했다.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기술 등 배터리 성능에 직결되는 특허를 많이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배터리다. 충전시간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3분의 1인데 주행거리는 두 배에 달한다.
도요타는 2~3년 내에 전고차 배터리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할 예정이다. 닛산자동차와 혼다도 2030년 이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배터리 생산능력에서 일본은 경쟁국에 비해 열세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0년 22GW(기가와트)에서 2025년 39GW로 늘어난다. 반면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각각 181GW와 66GW에서 754GW와 726GW로 급증한다.
일본은 1991년 소니그룹이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했지만 한국과 중국에 밀려 세계 시장 주도권을 내준 경험이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