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비는 현금만 내라?…'카드납부 의무화법' 추진 [입법 레이더]

입력 2022-07-07 11:17
수정 2022-07-07 11:20

카드는 현대인의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지출액 기준 신용·체크카드 비중은 58.3%로 2015년(37.4%) 보다 2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 비중은 38.8%에서 21.6%로 17%포인트 이상 빠졌다.

한은의 지급수단별 종합만족도 평가에서도 신용카드는 79.4점으로 현금(74.3점), 계좌이체(62.8점) 등보다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신용카드는 편리성(83.0점), 안전성(72.3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처럼 편리하고 안전성이 높은 카드 결제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소비영역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대학이다. 특히 기숙사비의 경우는 상당수 대학들이 카드 결제 대신 현금 결제만을 고수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기숙사비 카드 납부 17.1%만 허용교육부가 2021년 10월 대학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257개 대학 기숙사 중 기숙사비 카드 납부가 가능한 곳은 44개(17.1%)에 그쳤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현금 분할납부가 가능한 곳은 73개(28.4%)였다. 카드와 현금 분할납부가 모두 가능한 곳은 25개(9.7%)에 불과했다.


기숙사비 납부에는 적지 않은 목돈이 들어간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월평균 대학 기숙사비는 호실당 수용인원, 운영형태 등에 따라 15~47만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학기당 기숙사 거주기간이 4개월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현금으로 일시에 납부할 경우 최고 200만원 가량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히 학생들 입장에선 이런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카드 납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에 따라 무이자 등 할부 결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납부하더라도 분할해서 내는 분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안은 대학 기숙사비를 학생들이 현금 또는 카드를 선택해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았던 대학들에는 사실상 카드 납부를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현금·카드 납부시에는 분할 납부를 허용하도록 했다.

박 의원안에는 카드납부를 촉진하기 위한 재정지원 방안도 담겼다. ‘기숙사비 납부 방법과 납부 시기를 다양하게 마련한 학교에 재정지원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된 것이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때인 2018년 5월에도 발의했었다”며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임기 만료로 폐기돼 아쉬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에도 기숙사비 관련해 별다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에 다시 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들 "카드수수료 부담된다" 난색하지만 대학들은 카드 납부를 의무화하는 박 의원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평균 1.5%에 달하는 카드결제수수료 부담이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기숙사 운영비용 대부분을 기숙사비에서 충당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카드 납부를 강제하면 카드수수료 만큼 기숙사비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 교육위에 따르면 전국 14개 대학이 박 의원안에 대해 “카드수수료 비용이 기숙사비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한 대학은 “카드로 납부할 경우 중도 미납자가 군입대나 무단퇴사 등으로 퇴사 시 잔여 기숙사비 회수가 어렵다”고 했다. 다른 대학은 “중도 입·퇴사가 빈번해 카드결제 및 분납 시 수납 및 환불처리를 위한 행정력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도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란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위에 최근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카드결제 및 분할납부 시행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그러나 카드수수료는 대학 기숙사 운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 기숙사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