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난이 식품 기업들의 생산 시계까지 앞당기고 있다. 빵류, 라면 등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식품기업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상반기에만 대상, 농심 등이 미국 현지에서 신규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뚜레쥬르는 올 12월에 해외에서 판매할 냉동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디자인을 확정짓고 생산에 돌입했다. 예년보다 약 한 달 이른 움직임이다.
작년 하반기 물류 대란으로 미국 본토에 크리스마스 시즌 제품이 이듬해 1월에야 도착하는 ‘참사’를 겪은 뒤 올해에는 생산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늦게 도착한 냉동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미국의 사회 소외계층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20개 주(州)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현지 매장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미국에 공장 설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미국 시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한국 공장에서 제품 일부를 수출하고 있지만 글로벌 물류난이 장기화되면 현지 생산이 더 안정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공산품과 달리 식품은 유통기한이 짧고 운반 과정도 까다롭다. 발효식품의 경우 온도, 습도 등 환경에 더 민감하다.
이에 종가집 김치를 생산하는 대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김치 공장을 짓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대상의 열 번째 해외 생산기지이자 아시아권을 벗어난 첫 해외 공장이다. 연간 2000t의 김치 생산이 가능한 제조 라인과 원료 창고 등 기반 시설을 갖췄다.
대상 관계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시장 내 김치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향후 유럽과 캐나다, 오세아니아 등 서구권 지역에 김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도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에 제2공장을 준공했다. 미주지역의 라면 생산 기지로 활용해 중남미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라면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미국 중서부에 여덟 번째 만두 전용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뚜기도 LA인근에 공장 부지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