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확산…세상과 경제 바꾸는 경북 사회적경제

입력 2022-07-06 15:42
수정 2022-07-06 15:43

“누가 대한민국 지방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경북의 사회적경제를 보라”

요즘 사회적경제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많은 일자리정책과 청년, 여성,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경북의 사회적경제만큼 고용과 지방소멸 대안, ESG 경영 등 다양한 성과를 만든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1일은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1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경북의 사회적경제는 많은 결실을 거두었다. 비수도권 사회적기업 규모 1위, 여성 대표자 비중 34%, 여성 고용률 57%, 취약계층 고용률 50%, 청년 고용률 46%. 경상북도는 이런 성과로 2017년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자치단체 국무총리 표창, 2021년 최우수상, 2022년 대상을 받고 8일 경북 경주에서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를 연다.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경주서 8일 개막경상북도 사회적기업의 선한 영향력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경상북도 사회적경제의 성장은 고용과 매출 등 양적 성과로도 확인되지만, 취약계층을 고용하면서도 세상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지방소멸을 막는 대안으로, 그리고 한발 앞선 ESG 경영의 현장이 되고 있다. 새로운 세상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등 질적 성과 면에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8일부터 10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는 선한 사회적 가치로 고용을 늘리고 매출을 올리며 다양한 사회적 가치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다. 경제와 인구 등 각종 자원의 수도권 집중 속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긴장의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경북의 사회적경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지방,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경북의 사회적경제를 성공모델로 탄생시킨 민관의 협력과 케미(화학적결합)의 비결도 보고 들을 수 있다. ○장애인들에게 자립심 심어준 카페 ‘히즈빈스’이날 개막식에서는 히즈빈스라는 커피와 카페 브랜드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향기내는사람들(대표 임정택· 이민복)이 전국 사회적기업 대표 성공사례로 발표한다. 2009년 한동대생 3명이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직영점과 가맹점이 전국 20개로 늘었다. 지난해 27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히즈빈스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20개 매장의 바리스타 60여명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이민복 향기내는사람들 대표는 “카페 히즈빈스의 성장은 ‘장애인은 카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결과입니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은 고용을 회피하는 취약계층을 과감하게 고용해 혁신을 일으켰다. 김은미 경북도 사회적경제정책팀장은 “속도와 이윤만 생각하는 일반 기업의 경영방식으로는 탄생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과 협력, 지방소멸 대안을 찾는 청년 농부예천의 김영균·상균 형제는 사회적기업 지원 기간이 끝난 후에도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는 대표 기업이다. 서울서 일하다 귀향한 김영균 대표(47)는 동생과 함께 2012년 한국에코팜을 설립했다. 2015년부터 CJ그룹의 종자 사업 법인인 CJ브리딩, 국립종자원 등과 함께 채종단지를 운영해 질 좋은 원물을 생산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의 어르신들은 농작물 관리만 담당하고 청년 농부들이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계약물량 확보, 수확, 포장, 배송 등 힘든 일을 맡는 새로운 농업 모델을 확립했다.

고향인 예천군 열 개 농가부터 시작한 일이 이제는 예천군 150 농가, 전국 450 농가로 확대됐다. 국립종자원, CJ브리딩과 함께 노력한 결과 이들 농가가 생산하는 농산물만큼 수입산 종자와 농산물을 대체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우리 종자와 농산물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바람 부는 ESG 경영의 현장경북 영천의 동민산업은 대한민국 대표 ESG 기업이자 사회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들판의 마시멜로’라 불리는 곤포사일리지의 폐비닐을 재생하는 기업이다. 2013년 창업 첫해 3000만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는 121억원까지 올라갔다. 종업원은 첫해 7명에서 올해 17명으로 증가했다. 플라스틱 사출 분야에서 15년간 일한 경험을 가진 강민철 대표는 곤포사일리지에서 나오는 폐비닐을 재생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 기술개발에 나서 9건의 특허와 공정 기술을 개발해 국내 최고의 재생 칩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곤포사일리지 연간 1만2000t 가운데 이 회사가 55%를 재생하고 있다.

강 대표는 “수요가 급증해 대기업과 합작 투자해 공장을 확장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ESG 경영이 확산하면서 대기업의 협력 제안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영석 경북도 일자리경제실장은 “경북의 사회적경제는 ‘ESG 경영을 한발 앞서 실천해온 현장이었다”며 “혁신적인 사회적경제, 중앙과 지방, 강소기업과 대기업을 아우르는 모델을 많이 탄생시켜 세계적인 사회적기업 모범도시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