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악화하며 유동성 위기가 증대해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이 붕괴하면 중국 경제가 요동칠 거란 전망이 잇따른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부동산정보(CRIC)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6월 신규 주택판매액이 7330억위안(약 14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에 비해 호전된 결과다. 중국의 5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4546억위안(약 88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9.4% 줄었다. 월간 주택 판매액 감소율은 지난 1월 39.6%, 2월 47.2%, 3월 58.0%, 4월 58.6%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다. 낙폭이 증대하던 추세가 지난달 한풀 꺾인 양상이다.
반등에 성공했지만 회복은 더딜 거란 전망이 잇따른다. 중국 내 2위 건설업체인 차이나반케의 유 리앙 최고경영자(CEO)는 “부동산 시장의 바닥은 확인됐지만, 회복은 느릴 것”이라며 “6월에 반등한 것도 계절적 요인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상반기 실적을 개선하려 판매 일정을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상하이 봉쇄 조치가 완화된 효과는 미미했다. CRIC에 따르면 6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매출은 전달에 비해 61%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나타난 증가율에는 절반도 못 미친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윌슨 호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부동산 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대도시 부동산 시장은 호전되고 있지만 중소 도시의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허난성의 부동산업체 젠예디찬은 지난 5월부터 아파트 선수금(계약금)을 밀, 마늘 등 농산물로 받기 시작했다. 중국 중소도시 부동산 시장에서 유동성이 축소된 상황을 반영하는 일화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유동성이다. 부동산 수요가 축소하며 개발업체의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중국의 14위 부동산업체인 스마오그룹은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역외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중국 상위 부동산 개발사인 헝다그룹, 자자오예그룹, 수낙차이나 등도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개발업체를 비롯해 건설업체들도 부채 연체율이 상승하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라홀딩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오미크론 확산을 억제하는 이상 부동산 시장 회복은 험난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S&P글로벌과 무디스도 악화한 상황을 반영해 부동산 판매액 증가율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두 업체 모두 올해 신규 주택 판매액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할 거라 전망했다. 중국 신규주택 판매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건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이 유일하다.
중국 부동산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2위에 속한다. 중소 도시 대부분이 부동산개발업체들에 토지사용권을 매각해 재정을 충당해왔다. 부동산 산업이 침체하면 지방정부 재정까지 악화한다. 부동산 산업 붕괴가 중국 경제를 흔들 거라는 우려가 솟구치는 이유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