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일 한때 1310원을 돌파했다. 13년 만의 최고치다.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이달에 135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 오른 1306원30전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1301원80전) 기록한 연고점을 2주 만에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20전 급등한 1308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2분 만에 1311원까지 오르며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3일(1315원) 후 처음 1310원을 넘었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1310원 아래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6.7까지 뛰었다. 이는 2002년 12월 2일 이후 2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남유럽의 부채 리스크에 독일의 무역적자 등 경기 침체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달 달러당 1350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에 영향을 줘 국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다만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인하 움직임 등에 따른 물가 정점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환율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