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힘이 없으면 문화재를 외국에 빼앗기게 된다. 조선시대 말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때 우리도 그랬다. 하지만 이후 불과 반세기 만에 한국은 해외로 나간 문화재를 되찾아올 정도로 강해졌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7일부터 서울 세종로 고궁박물관에서 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은 한국이 되찾아온 문화재 40여 점을 통해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전시다.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환수 문화재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螺鈿) 매화, 새, 대나무 무늬상자’와 올해 3월 미국에서 가져온 ‘열성어필(列聖御筆)’, ‘백자동채통형병(白磁銅彩筒形甁)’,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올해 미국에서 환수)’ ‘면피갑(綿皮甲·2018년 독일)’, ‘문인석(文人石·2019년 독일)’ 등이 처음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이 중 ‘나전 매화, 새, 대나무 무늬상자’를 주목할 만하다. 조선 후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공예사 연구 등에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열성어필’은 조선 왕들의 글씨를 탁본해 엮은 책이다. 경종 2년(1722년)에 간행돼 영조 1년(1725년)에 새로운 글을 추가해 묶었다.
전시장에 나온 문화재들이 유출됐다가 돌아온 경로도 각양각색이다. 일제가 유출했으나 민간단체와 정부가 힘을 합쳐 2006년 환수한 국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6·25전쟁 때 도난당했다가 2014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되돌아온 국새 ‘황제지보(皇帝之寶)’ 등 세 점,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소장기관이 기증한 ‘덕혜옹주 당의와 스란치마’ 등이 그렇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