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그림자 짙어진 증시…'성장주의 시간' 다시 오나

입력 2022-07-06 17:33
수정 2022-07-07 00:44
코스피지수가 1년8개월 만에 종가 기준 2300선 밑으로 미끄러졌다. 원자재 가격 급락, 미국 장단기 금리차 역전 등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면서다. 그동안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해온 ‘경기민감주’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경기 침체 때 성장하는 기업이 희소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낙폭과대 성장주’가 크게 반등했다. 2300선마저 내준 코스피
6일 코스피지수는 2.13% 내린 2292.0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300을 밑돈 것은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1년8개월여 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235억원, 3151억원어치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6원 오른 1306원30전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1311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럽 경기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인 결과다.

곳곳에서 감지된 글로벌 경기 침체 신호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8.2% 하락한 배럴당 99.50달러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2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역전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을 키웠다.

그동안 고공행진하는 원자재 가격의 수혜를 누린 종목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에쓰오일(-9.31%)을 비롯해 LS(-14.49%), 고려아연(-7.85%), LX인터내셔널(-10.19%) 등이 크게 하락했다.

씨에스윈드(-8.7%) 등 화석연료 대체재로 주목받은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와 현대중공업(-10.37%) 등 조선주도 급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피크아웃(실적 정점 통과) 우려가 커지면서 기관들의 매도세가 몰렸다”고 말했다. 낙폭과대 성장주로 시장 색깔 바뀔까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낙폭과대 성장주였다. 올 들어 통화 긴축 기조로 낙폭을 크게 키운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주 등이 크게 올랐다. 카카오(2.08%)를 비롯해 카카오뱅크(2.29%), 크래프톤(3.54%), 셀트리온(1.91%) 등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경기민감주 위주의 다우지수는 0.42% 하락했지만 기술성장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1.75% 급등했다.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하루 만에 9.10% 급등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증시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고유가 수혜주와 통신·보험 등 경기방어주가 주도하던 증시 무게추가 다시 낙폭과대 성장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결국 ‘희소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기업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압도돼 있던 낙폭과대 성장주가 단기 반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중론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낙폭과대 성장주의 실적마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오늘 오전장에선 성장주 급등세가 나타나다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상승 폭이 좁아졌다”며 “성장주의 반등세가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성미/박의명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