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 수주는 결국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입니다. 정부 재원을 활용하는 게 아닌 만큼 규제를 풀어 대형·중견·중소 건설사들이 폭넓게 진출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사진)은 6일 “고(高)유가·고환율·고물가 등 ‘트리플 악재’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해외 건설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의 대규모 발주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경상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년간 중단된 각종 해외 사업이 줄줄이 발주시장에 나오고, 저유가에서 고유가로 돌아서면서 해외 건설시장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미리 준비하고 도전에 나서야 연말 이후 해외 건설시장에서 큰 장이 열렸을 때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급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사업을 고수익 모델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투자개발형(PPP)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주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높은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를 늘려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시공만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설계나 운영 등의 측면에선 경쟁력 축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 도급 공사와 달리 시행사 성격으로 접근하는 PPP는 단순 시공에 비해 중장기적으로 수익 창출 능력이 크다.
박 회장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주요 발주처는 정부 간 소통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일반 건설사의 영업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건설사들의 신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발주처 네트워크 형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설 외교·정책금융·정보 지원 등 해외 건설 수주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유망한 사업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K건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