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첫 국산 파스를 선보이며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를 쓴 이영수 신신제약 명예회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7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서울 흥국초등학교, 경성상업학교를 거쳐 중국 다롄고등상업학교를 졸업했다. 화학회사에 다니던 그는 근육통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1959년 신신제약을 세웠다.
이 명예회장은 창업 첫해 신신파스를 출시하면서 파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에 유통되던 파스는 고가 밀수품인 일본산뿐이었다. 6·25전쟁 후 경제 사정이 좋지 않던 서민에게 파스는 사용하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었다. 이 명예회장이 신신파스를 개발한 뒤 국내에서도 질 좋고 값싼 파스를 근육통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 통증을 케어한다’는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신신제약의 핵심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20년 대표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60여 년간 경영을 맡으며 신신제약을 파스 명가로 이끌었다. 그동안 신신파스는 붙이는 파스, 뿌리는 에어로졸, 바르는 리퀴드 제형 등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됐다.
신신제약은 모기기피제, 멍 풀리는 연고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100여 종류의 의약품과 의약외품을 판매하고 있다. 60년 넘게 파스 분야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시스템(TDDS)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세계 최초로 붙이는 수면유도제를 개발하고 있다. 신신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붙이는 요실금 치료제, 하지정맥류 치료제 등도 국내 첫 제품이다.
이 명예회장은 의약품 수출이 활발하지 않던 1960년대부터 해외 진출에 집중했다. 신신제약은 1983년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 완제의약품으로 ‘100만불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 2009년 한국창업대상 등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이병기 신신제약 대표, 딸 명순·명재·명옥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8일 오전 11시30분. 02-2030-1605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