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법정통화' 엘살바도르, 결국 디폴트 위기 도래

입력 2022-07-06 16:56
수정 2022-07-29 00:01

엘살바도르가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 하락의 여파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가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엘살바도르는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고 정부 예산으로 사들이는 국가로 익히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투자금에서 약 60%의 손실을 보았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은 감소했고,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정부의 손실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NYT는 “현지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이 범죄 조직을 소탕하고 연료비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부켈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국가다. 엘살바도르에서 유통되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와 비트코인뿐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정부 예산으로 매입하는가 하면 가상화폐 채권을 발행하거나 채굴·유통 도시 건설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강한 변동성에 따른 엘살바도르 물가의 급변, 정부의 손실에 있다.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에서 법정통화로 채택될 당시 4만4000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로부터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6만8000달러를 찍고 사상 최고가에 도달한 바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모바일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사용하는 자국민에게 30달러(약 3만9000원)를 지급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한때 성인의 60%인 300만명가량이 치보를 내려받았다고 부켈레 대통령은 주장했다.

그러나 고유가와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 봉쇄’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 유동성을 회수하자 가상화폐 시장도 급변해 가치는 고점 대비 30%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도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하며 여전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차트를 보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하겠다.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하다. 가치는 약세장을 마친 뒤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