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호의 딜 막전막후] 카카오 자회사 '줄상장'…부메랑으로 돌아오나

입력 2022-07-05 17:28
수정 2022-07-06 00:06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자본시장의 ‘벨 에포크(황금기)’였다. 그리고 그 주연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유망사업을 떼어내 사모펀드(PEF)들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스스로 자회사 기업가치를 정했다. 이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자회사들을 화려하게 증시에 상장시켰다. 이런 카카오식 파이낸싱은 투자은행(IB) 업계의 혁신처럼 보였다. 카카오의 자산 규모는 2019년 10조원에서 올해 32조원까지 늘어나 재계 15위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기간 계열사 수도 71곳에서 138곳으로 늘었다. 카카오 판교 사옥은 카카오와 거래하려는 IB 및 PEF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카카오 대표 캐릭터 라이언만 붙으면 국회도 상장할 것이란 농담이 돌 정도였다.

같은 시기 경쟁사 네이버는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진행 중이던 네이버웹툰의 외부 투자 유치도 중단하고 본사가 직접 증자에 나섰다. “카카오가 자산 순위와 시가총액에서 네이버를 제쳤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신문 지상을 장식했지만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자본 확충이 경쟁력인 네이버파이낸스도 눈앞의 유동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추격을 지켜만 봤다. 답답한 행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언젠가 (카카오에) 청구서가 날아들 테니 한번 지켜보라”는 알듯말듯한 대답만 내놓았다. 계열사 수, 3년새 71→138곳 올 들어 돈줄이 마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카카오의 확장엔 제동이 걸렸고, 광폭 행보의 부작용도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동네 상권을 위협한다는 비난 여론에 더해 주가 하락에 직면한 개미들의 원성까지 겹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문제는 주가 하락과 들끓는 여론이 카카오에 날아올 청구서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가장 큰 뇌관은 앞다퉈 상장한 각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문제라고 보고 있다. 폭풍확장 최대문제 '내부거래카카오와 주요 자회사들이 공유하는 건 브랜드와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자회사들은 4700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유·무형의 수혜를 누린다. 카카오톡을 켜 ‘더보기’ 메뉴를 누르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게임 등 계열사 서비스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카카오 본사는 이런 ‘통행’의 대가를 계열사들로부터 받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다른 사업자들이 카카오 플랫폼에 노출되기 위해 막대한 수수료를 내는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카카오 자회사들이 앞다퉈 상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상장 이후 카카오와 각 자회사는 주주 구성이 다른 별개의 법인이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 주주 입장에선 자신들이 누려야 할 수수료 수입을 자회사 주주들과 나눠 갖는 꼴이 된 것이다. 카카오 이사진의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주가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남궁훈 대표가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자회사로부터 수수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선 네이버가 카카오와 달리 핵심 자회사들의 연쇄 상장을 피한 이유가 플랫폼 특유의 복잡다단한 내부거래에 있을 것으로 해석한다. 메타(옛 페이스북)가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뒤 재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이유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핵심 자회사들을 중복 상장하지 않은 것도 비슷하다. 내부거래를 포함한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자칫 몸통을 흔드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다른 플랫폼들과 다른 행보를 해온 카카오의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본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