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고에 美땡처리업계 특수…"세탁기도 반값"

입력 2022-07-05 17:22
수정 2022-07-06 00:55
미국 청산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대형 유통업체에 상품 재고가 쌓이면서 판매 품목과 할인폭을 늘릴 수 있게 돼서다. 청산업체는 재고 물량을 받아 소형 소매업체나 온라인 쇼핑몰, 개인 등에 판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할인 소매업체인 홈바이스는 최근 유명 브랜드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정가보다 40% 할인한 가격에 내놨다.

이전에는 이 업체가 세탁기나 건조기를 판매하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브래디 처치스 홈바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이전엔 가전제품 재고가 거의 없어서 할인 판매 목록에 넣을 수 없었다”며 “지난 20년 동안 지금이 상품 재고가 가장 넉넉하다”고 말했다.

소매 재고는 날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소매 재고는 7053억달러(약 917조원)어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6011억달러)와 비교하면 17% 늘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완화로 소비자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정용품, 가전제품 등의 소비를 줄여서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의 4월 말 기준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월마트도 1분기 상품 재고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쌓인 재고 물량은 상설 할인업체나 청산업체로 넘어갔다. TJX컴퍼니즈, TJ맥스, 로스스토어 등 대형 할인업체가 재고품의 판매 창구가 됐다. 미국 청산업체인 엑세스리미티드의 소유주인 제이슨 캐릭은 “일반적으로 여름철은 청산 작업이 더디지만 올해는 예외”라며 “최근 의류, 운동기구, 비디오게임기 등 상품 1600여 종을 대형 소매업체로부터 확보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월마트는 제품 1만여 종의 가격을 인하했다. 유통업체 타깃도 지난달 “초과 공급된 상품을 없애기 위한 할인 행사를 해야 해 수익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레인 허친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상품 매대와 보관 공간은 제한돼 있는데 새 상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정가 소매업체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을 매대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